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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 저자강영숙
  • 출판사문학동네
  • 출판년2011-09-0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1-17)
  • 지원단말기PC/전용단말기/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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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마다 뒤를 돌아보는 꿈을 꾸었지.

    뒤에는 밀림 천지였고

    코끼리 소리와 북소리가 들렸어.

    난 거기 서서 생각했어.

    북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보자.

    그냥 가보자. 그리고 난 이리로 왔어.

    그런데도 난 아직 밀림을 돌아보며

    거기 서 있는 거 같아.

    난 영원히 거기에 서 있을지도 몰라.

    난 원래 스리랑카에서 태어났어.

    _「갈색 눈물방울」 중에서



    단정한 듯하면서도 날선 문장, 무심한 어조로 삶의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고통을 예리하게 파헤쳐온 소설가 강영숙의 세번째 소설집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가 출간되었다. 두번째 소설집 『날마다 축제』가 출간된 것이 2004년, 첫 장편소설 『리나』가 출간된 것이 2006년이니 꼬박 5년, 3년 만인 셈이다. 1998년 등단 이후 네번째, 2004년 여름부터 꾸준히 발표해온 아홉 편의 단편이 묶인 이 창작집은, 지나치게 느리지도 또 성급하게 빠르지도 않은 그의 작품의 행보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고정된 소설문법에 매이지 않으며, 자기 정체성의 경계를 설정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그것을 넘어서려는 작가의 시도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한결 더 깊이 있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삭막하고 권태로운 도시, 그 속에서는……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에는 ‘사건’이 없다. 작품 속 공간들에서는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 않는다. 주로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특정되지 않은 공간 속에서 인물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 ‘도시’라는 공간 자체는 그러한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신의 ‘지루하고 권태로운’ 풍경 속으로 삼켜버린다.

    작가가 그리는 회색빛 도시의 풍경이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삭막한 풍경의 그것이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 안에서 반복해 나타나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들이다.



    지난해의 요란한 폭우로 천변의 물길은 또 달라졌다. 폭우가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물길이 바뀌고 천변의 지형이 변했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서 아무도 또 폭우가 닥쳐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한 기류 따위는 눈치챌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왠지 늘 그랬다. 다른 사람도 다 아는, 내일 바로 닥쳐올 일을 혼자만 몰랐다.(「천변에 눕다」)



    그녀는 바다 너머 저 먼 곳의 육지와 이곳의 육지를 연결하는 깊은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쓰나미의 성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몇십 년 만에 한번씩 그렇게 들끓어올라 바다를 두 동강 내고, 해일로, 지진으로 나타나 육지의 지형을 바꿔놓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은 뭘까. 바다야, 너는 몇살이니? 그녀는 신고 있는 신발을 벗고 납작하게 엎드려 바다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다. 아직도 쓰나미는 바다에 머무르고 있었다.(「해안 없는 바다」)



    자연재해는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버리지만, 강영숙 소설에서 그것은 오히려 일상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기능한다. 우울하고 삭막한 도시의 삶이 ‘자연재해’를 통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 애초부터 삶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것. 어쩌면 이것이 소설가 강영숙이 현실을 바라보는 한 방식일 것이다.





    쿨한 유머 한 조각과 함께 찾아가는 ‘또다른 삶’의 가능성!



    그렇기에 작품 속 인물들은 시종일관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 때로는 무심하고, 때로는 무덤덤하게 드러나는 인물의 태도는 체념 혹은 자기 방어의 다른 표현에 다름아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은, 실은 나름의 우울을 앓고 있는 이들이며, 이들의 증상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뒤통수를 향해 탬버린을 던지는 행동(「스쿠터 활용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끌고 가 목을 눌러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안토니오 신부님」)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들의 우울은 대개 표면적으로는 실연(失戀)이 원인인 듯 보이지만, 실은 ‘도시’가 겪는 불모(不毛)의 우울을 함께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영숙의 소설은 이러한 우울을 앓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불모의 세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끝없이 우울의 세계로 침잠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끌어내어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내디디려는 시도로 강영숙이 제시하는 것은 ‘유머’이다. 그러나 배꼽을 쥐고 까르르 웃게 하는 식의 유머가 아니다. 대신 영어회화 시간에는 입도 뻥긋 못 하던 ‘나’가 동남아 여자의 삶을 유창하게 영어로 이야기하는 장면(「갈색 눈물방울」),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신수영복을 입은 채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스쿠터 활용법」) 등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그러나 한번쯤은 꿈꿔볼 만한 일이다. 이들 장면이 선사하는 ‘쿨한 유머 한 조각’과 더불어, 세상의 우울을 함께 견디며 ‘또다른 삶’의 가능성을 꿈꾸고자 하는 “우울증적 유머의 세계”, 이것이 바로 소설가 강영숙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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