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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 저자금태섭
  • 출판사푸른숲
  • 출판년2016-03-10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6-11-03)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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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단일화, 신당 창당, 그리고 합당…

    최전선에서 보고 겪고 느낀 금태섭의 정치 이야기



    현대판 징비록, 2012 안철수 캠프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의 솔직한 고백과 반성이 섞인 기록물은 그대로 ‘미래’를 위한 지침이 된다. 임진왜란 당시 군율을 다스리는 재상으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류성룡은 《징비록》을 남겼다. 그는 이 책에 전쟁 이전의 정세부터 임진왜란 당시의 실상, 이후 국내 상황뿐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잘못과 조정 내 분란, 백성들의 모습 등 임진왜란 전후의 일을 되도록 생생히, 그리고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환란을 겪은 자신의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 닥칠 우환을 미리 경계하고 준비하라는 의미였다.

    법 지식을 본격적으로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디케의 눈》, ‘정의로운 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확신의 함정》의 저자 금태섭 변호사가 4년 만에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푸른숲 刊)》로 돌아왔다. 이 책은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으로 활동하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지낸 저자가 ‘대통령 선거전(戰)’의 한가운데서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현대판 징비록’이다.



    “이 글은 현재의 생각을 담은 것이 아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결정을 내렸던 그 시점의 생각과 판단 근거를 가급적 있는 그대로 썼다.”(16쪽)



    책에는 2012년 무렵의 한국 정치 상황과 기류부터 저자가 대선캠프에 뛰어든 이유와 계기,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내부의 상황과 단일화 협상, 후보 사퇴의 전후사정(1장)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또 사퇴 이후 창당을 도모하다가 합당으로 막을 내린 경위뿐 아니라 합당 과정에서 벌어진 ‘정강정책 파문’, ‘7.30 재보선 이야기’(2장) 등이 ‘당사자’의 시각에서 소상히 적혀 있다.

    저자에게 2012년 대선은 ‘실패’의 기억이다. 온 힘을 다해 밀었던 후보가 중도 사퇴하고, 힘겹게 한 걸음씩 떼어 가던 정치 세력화 작업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조목조목 분석하며 스스로는 무엇을 잘못했는지(1장)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왜란의 참상을 그대로 담은 류성용의 《징비록》이 훗날 침략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전쟁, 대선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한 금태섭의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이후 야당 혹은 야권이 선거를 치르거나 정치를 펼치는 데 있어 소중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왜 이 책을 썼는가



    안철수 캠프의 핵심 멤버였던 저자가, 처음으로 그 2년여의 시간을 풀어놓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뭘까? 우선 스스로도 ‘반성문’이라고 일컫는 것처럼 공적인 영역에서 뜻을 세우고 추진한 일이 실패한 이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리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동참을 권유한 이상 결과에 대한 정리와 보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필자는 이 책을 쓴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이유를 제대로 된 반성과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야당이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으로 꼽는다. 책의 말미에 제안한 ‘정치의 미래-이기는 야당이 갖춰야 할 4가지’(3장)는 그 반성과 평가를 토대로 고민한 결과물이다.



    “실패 과정만 남기는 것은 절반의 반성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책 뒷부분에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 제안, 즉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시했다”(18쪽)



    이 책은 말하자면 현대 정치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의 비망록이다. 과거를 회고한 정치인의 책은 지금껏 꽤 있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의 성격은 대개 다음 선거를 의식해 자신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웅변하거나, 업적을 스스로 치하하기 위한 ‘셀프 칭찬용’인 경우가 많다. 상대 정파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한 책도 드물지 않다.



    이 책은 뭐가 다를까? 우선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이라는 점이다. ‘정치를 바꾸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는 저자는 자신의 허물과 지난 시절의 잘못을 드러내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본인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걸 발판 삼아 더 나은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다음으로 보다 핵심적인 차별점은 ‘기록’ 그 자체다. 이 책은 기록을 빙자해 애매한 말로 논평을 하거나 허황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기록물’로써 충실하다. 한 사람의 기억과 경험이 완전할 수는 없으나 저자는 “나는 내 몫의 돌을 쌓는다”는 말로 다른 사람들이 이 기록의 릴레이에 합류할 것을 조심스레 권한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야권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것은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지만, 엄밀하게는 지금도 유효하다. 저자는 추상적인 구호나 의외의 인물로 국면을 바꾸려는 임기응변으로는 정치권, 특히 야권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먼저 정면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알아야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몸을 던져 뛰어들었던 한 지식인의 치열한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신문 칼럼을 쓰거나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회문제를 비판하거나 훈수를 두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기꺼이 ‘문제의 핵’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은 흔치 않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후자를 선택한 저자의 삶은 책의 마지막에 제시한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침을 스스로 실천한 것이어서 더 의미 깊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치에 뛰어들어서 이 책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마음 편한 날은 하루도 없었다. 항상 무엇을 잘못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했고 엉뚱한 생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더 멀리 몸을 던지려고 노력했다. 실력을 모자란 만큼 더 많은 것을 바치자는 마음이었다.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항상 뛰어들었다. 적어도 멀찍이에서 불만을 늘어놓거나 일이 끝난 뒤에 짐짓 점잖게 논평을 하지는 말자고 다짐하곤 했다.”(325쪽)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대선 전후의 이야기를, 2장은 신당 창당과 합당 이후 대변인을 그만두기까지의 내용을 담았다. 각 에피소드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공개되었어도 그 내막까지 자세히 다룬 적은 없는 이야기지만, 특히 챙겨볼 꼭지를 아래에 추려 모았다.

    이외에 ‘조국 교수를 찾아간 일(41쪽)’, ‘안철수 원장과의 만남과 소회(53쪽)’, ‘캠프 이전의 여의도 시절(59쪽)’, ‘네거티브 공세의 전말(69쪽)’, ‘정준길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 사건(85쪽)’, ‘캠프 상황실장 시절(108쪽)’ ‘단일화 협상(129쪽)’, ‘안철수론(203쪽)’, ‘창당 작업(231쪽)’, ‘사퇴 이후 1년여 만에 안철수 의원과 나눈 선거 복기(244쪽)’, ‘합당 과정에서의 ‘정강정책 논란(269쪽)’, ‘7.30 재보선 내막(281쪽)’ 등도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 나는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39쪽)

    사람들이 저자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왜 안철수를 선택했느냐’는 것이었다. 노골적으로 “안철수가 문재인이나 박원순보다 무엇이 더 나은가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이 질문에 답한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특별한 장점을 본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알 만큼 안 원장과 오래 만난 사이도 아니었다. 내가 안철수 원장을 돕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가 실제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54쪽)



    저자는 2012년 대선 당시 야권은 문재인이냐, 박원순이냐, 안철수냐를 고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누가 됐든 정권을 교체하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안철수 원장은 전국 대학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열어 대학생과 직장인을 3-4천 명씩 불러 모으며 돌풍을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일으킨 유일한 장본인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그 노력에 힘을 보태려고 한 것이지, 여러 정치인 중에서 누군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 “나에게 생각이 있습니다”의 의미(129쪽)

    선거의 다른 국면은 그럭저럭 예상할 수 있었지만, 단일화에 대해서만은 예외였다. 그래서 저자는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기 직전 단일화 구상에 대해 물어봤다. 안 후보는 “나에게 생각이 있습니다”라고 답했고, 저자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계획이 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무소속 후보로서 단일화 논의 자체가 사퇴 압력이 되는 상황에서 후보에게 대책이 있다면 굳이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미리 답을 말하라고 채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문제만은 후보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130쪽)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제1야당의 경험과 저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급하게 꾸린 캠프와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의 역량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고, 지지율 면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차이가 거의 나지 않고, 단일화 압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저자는 “나에게 생각이 있습니다”의 의미를 묻기 위해 박경철 원장을 찾아갔다. 안 후보와는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사이’라는 박 원장은 저자에게 안철수 후보를 소개한 장본인이었다.



    “박 원장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는 안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깊은 교감이 있다고 했다. 비공개로 만난 일도 여러 차례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132쪽)



    그의 말은 문 후보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경선을 거쳐서 후보로 정해지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일이 된다. 조직을 생각하지 않고 후보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개인의 결단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사실은 저자가 나중에 안 후보와 선거 과정을 복기하면서 이 얘기를 확인한 결과, 안 후보는 문 후보와 그런 식으로 만나거나 교감을 나눈 일이 없다는 것이다.



    ◆ 사퇴는 최악의 한 수였다(151쪽)

    2012년 11월 23일, 안철수 후보는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후보 간 마지막 담판은 소득 없이 끝난 상황이었고, 협상은 교착 상태로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시점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단일화 협상 도중 이미 ‘안 후보가 혹시 사퇴하려나?’ 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던 조광희 변호사와의 대화(153쪽), 박선숙 선거본부장이 마지막 수단인 여론조사마저 거부하는 상황(147쪽) 등 정황을 통해 직감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할지도 모른다는 전조는 며칠 전부터 있었다. 후보 비서실장인 조광희 변호사와 단일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런 기미가 느껴지곤 했다. 조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이며 후보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잘되면 좋지만 만약에 그렇지 못할 경우 깨끗하게 포기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153쪽)



    이후 안 후보와 선거 과정을 복기하면서, 저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사퇴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에 뛰어들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일단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뒤엔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돕기 시작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면 그때는 책임이 따른다. 아무리 어려워도 방법을 찾아서 힘닿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가 더 이상 가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좌절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먼저 포기하는 것은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162쪽)

    “안 의원은 사퇴 이후 비서실장이던 조광희 변호사를 통해서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는데, 나는 그 말이야말로 해서는 안 되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럼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서 영혼을 파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245쪽)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었을까. 저자는 여론조사 방식을 받아들여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했어야 한다고 봤다. 합의했다면, 안 후보가 이겼을 거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만약 지더라도 지지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테고 그 에너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정권 교체에도 성공했을 거라며 깊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극적으로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했으면 어땠을까. 나는 안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상팀 멤버들도 대부분 같은 의견이었다. 물론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은 반대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승리가 분명한 경우에는 상대방에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안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져서 야권 단일후보가 되지 못했더라도 지지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열심히 했는데 안 되는구나’,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 에너지는 그대로 보존된다. 그리고 아마 정권교체에도 성공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으면 당장 닥친 일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야권은 결집했을 것이고 승리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것이 선거에 나서서 지지를 호소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163쪽)



    ◆ 무엇이 우리를 실패하게 했는가(171쪽)

    안철수와 안철수 캠프의 대선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이유를 ‘소통의 부재’로 봤다.(172쪽) 이로 인해 후보의 높은 지지율, 유난히 젊고 열의가 넘치는 캠프 구성원 등 많은 장점을 지닌 진심캠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불투명했는데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내부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최종 결정 사항을 ‘통보’ 받는 형태였기 때문에 외부에 ‘앵무새처럼’ 똑같은 얘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믿었던 곳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다. 다른 무엇보다 자유로운 소통을 앞세웠던 진심캠프에서 바로 그 점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173쪽)



    메시지가 논의되고 결정되는 메커니즘이 없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길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180쪽) 당시 진심캠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명하듯 수많은 지식인 그룹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저마다 자신의 식견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언을 해왔다. 그러나 메시지를 형성하는 절차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캠프 구성원들도 점점 지쳐갔다. 본인이 캠프에서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자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182쪽)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불통의 집단이 된 것일까? 책은 원인을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강박적인 보안 걱정’이다.(184쪽) 과거의 선거부정 사건을 생각할 때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말한다.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내부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일에 대한 열정도 떨어뜨린다. 그러다 보면 우연히 기밀 사항을 알았을 때 과시하기 위해서 외부에 발설하는 일까지 벌어진다.”(185쪽)



    책은 캠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비공식 기구의 발흥’을 든다.(185) 애초에 박경철 원장은 정작 선거캠프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해서 저자를 의아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후에도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안 후보와 비공개 회합을 가지면서 ‘캠프 내 인사(191쪽)’, ‘후보 사퇴(190쪽)’를 비롯해 선거운동의 세부적인 사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밀리에 운영되는 그 모임에서 메시지의 방향을 결정하다 보니 공식 기구에서의 논의는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전략은 혼선을 입었고, 여러 차례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



    “그 당시 박경철 원장이 캠프의 몇몇 인사들을 상태로 단일화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면서 “이제 나의 목표는 내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조금이라도 상처가 적게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이루려고 했던 일이 ‘친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그야말로 사적인 이유에 밀린 것이다.”(190쪽)



    저자는 그때 그 일을 알고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해“땅을 칠 만큼 후회스럽다”고 말하며 당선에 총력을 기울인 후 그 다음에 뿌리 뽑겠다고 생각한 자신의 판단을 강하게 원망한다.



    ◆ 이것은 왜 합당이 아닌가(253쪽)

    정치 세력화를 위해 ‘새정치연합’을 만들어 신당 창당의 발걸음을 힘겹게 떼어가던 2014년 3월, 안철수 의원이 갑작스럽게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한다. 저자는 이 일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합당 발표 전날까지도 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253쪽) 그리고 저자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은 합당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과 김한길 대표의 ‘합당 선언’은 안철수 의원 개인이 민주당에 들어간다는 ‘입당 선언’이었다. 민주당 당원들은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다른 절차 없이 자동으로 입당 처리되었지만, 아직 정당이 아닌 새정치연합 구성원들은 개별적으로 일일이 ‘입당신청서’를 써야 했다. 이것은 합당이 아니다.”(257쪽)



    민주당과의 합당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탓에 ‘야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꼬집는다. ‘이념적 차이가 크지 않은 경쟁 세력’이 생기면, 기존 야당이 정치적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야권 전체를 역동적으로 재편했으리라고 본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제3정당 창당’이라는 카드도 잃었다고 말한다. 창준위 단계까지 갔던 새정치연합이 맥없이 기존 정당에 흡수당했는데 누가 제3당을 만들 엄두를 내겠느냐는 것이다.(266쪽)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기득권에 안주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또 ‘자기편’이라고 해도 잘못했을 때는 과감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감싸주고 있다가는 날카롭게 비판하는 신당 후보와 비교되기 때문이다.”(263쪽)



    야당은 어떻게 해야 이기는가

    책의 상당량을 할애해 실패를 기록했다면, 3장은 앞선 장들과 결을 달리 한다. 실패의 과정을 자세하게 복기하면서 원인을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중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절반의 반성에 그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3장에서는 이미 실패를 겪은 야당이 성공하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 야당은 경쟁해야 한다(290쪽)

    여당과 야당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무엇이 여당다움이고, 무엇이 야당스러움일까? 저자는 여당에는 지휘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불평 없이 수행하는 ‘일사불란함’이 있지만, 야당이 그 스타일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야당에는 야당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야당 스타일을 ‘토론과 비판 정신’으로 꼽는다.(292쪽) 그러나 현재의 야당은 그런 도전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야당은 내부적으로 경쟁하고 스스로 비판하는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결코 당사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295쪽)



    저자는 ‘야당은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를 야당의 지도자들에게도 대입한다. 현재 야권의 대표주자인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에게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힘을 합칠 것을 주문하지만, 거기에는 커다란 함정도 있다고 말한다.(295쪽) 몸을 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상처 입을 일을 피해가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296쪽)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야당 지도자들이 서로와, 그리고 스스로의 과거와 대결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대선 때의 문재인, 안철수와 현재의 문재인, 안철수가 달라야 하고 1기 시장 때의 박원순보다 2기 시장 때의 박원순이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다.(297쪽)



    ◆ 의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298쪽)

    야당이 정부나 여당보다 훌륭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럴 수 없다고 여긴다. 본질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는 데에 정부와 집권 여당이 목을 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야당이 모든 현안에 대해 대안을 내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299쪽)



    “예를 들어 실업률이 높다고 비판하는 야당에게 그러지 말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방안이 있다면 정부가 시도를 안 해봤을 리 없기 때문이다.”(300쪽)



    저자는 야당의 역할은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곳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은 야당의 의제였으며, 이로 인해 그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도 부연한다.(301쪽) 그러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야당, ‘민주주의’나 ‘정의’만 내세우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야당이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제대로 된 의제를 설정해 제시하는 것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 20대 위원장이 있는 청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304쪽)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 특정 인물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대세가 되고, 그가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르는 시나리오. 현대 한국 정치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이런 시대는 갔다고 확신한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전문성이 절실히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305쪽)



    “연달아 선거에 패배하면서 야당에 위기감이 심해지던 때, 야권 일각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등장한 일이 있다. … 일시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는 훈련받지 않는 사람이 단기간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 정당 내에서 체계적으로 활동하면서 정치 역량을 키워가는 사람이 훨씬 더 간절히 필요하다.”(305쪽)



    이에 대한 근거로 선진국의 정부 수반을 예로 든다. 영국의 존 메이저는 47세에, 토니 블레어는 44세에 각각 수상이 됐고, 버락 오바마는 47세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들이 모두 20대부터 꾸준히 정치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이다.(307쪽) 저자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이 지점을 파고들어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310쪽)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지금까지 야당의 청년위원장은 대개 40대 국회의원, 심지어는 50대 국회의원이 맡아왔다 도저히 청년이라고 하기 어려운 사람이 위원장을 하는 청년위원회는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310쪽)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명력 있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20대 ‘진짜 청년’이 청년위원장으로 있는 청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이벤트로 청년 대표를 뽑는 것은 지양해야 하고, 젊은 세대가 ‘활동’할 수 있게 해야지 ‘교육’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인다.



    ◆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312쪽)

    안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으면서 현실 정치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 창당하려면 지방선거에서는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총선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서 야당이 이기기 어려우니 무리해서는 안 된다? 저자가 정치권에 몸담은 후 주변에서 들었던 수많은 ‘영리한 충고’ 중의 일부다. 옳았을까? 저자는 “영리한 충고를 따랐을 때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나빴다”고 고백한다.(313쪽) 상황이 늘 변하고, 무엇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을 넘어 역으로 위기를 맞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이후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의원의 아쉬운 행보(315쪽)’와 ‘4.29 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가 보여준 소극적 태도(317쪽)’을 든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지리라고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질 가능성이 높은 선거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고 피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319쪽)



    저자는 “가진 것을 다 잃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야당은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유불리만을 따지면서 가만히 앉아 있는 정치인에게 마음을 주는 국민은 없다는 것이다. 뼈저린 실패를 겪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도출한 ‘가난한 야당’의 필승법은 ‘결단’과 ‘실행’이다.





    2012 응답하라, 야당



    이 책은 특히, 야당을 향한 연가(戀歌)다. 검사 시절 저자는 검찰이 국민들에게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취급받는 것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 사랑하는 조직이 ‘불신의 아이콘’인 것이 싫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법 사용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검찰과 검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생각에 한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연재하려 했으나, 1회 기고 후 중단하고 말았다. 당시 검찰 지휘부가 ‘검찰이 강압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일로 1년여 만에 사표를 쓰고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저자는 아직도 검찰이 내부 비판을 건강하게 소화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그동안 야권 혹은 야당에 몸담아온 저자의 ‘야당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야당은 꼭 이겨야 할까’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정부가 서민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놓아도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야당, 똑같은 잘못을 해도 자기편이 저질렀으면 덮어주고 상대편의 경우엔 눈에 불을 켜고 비난에 앞장서는 야당, 선거 때마다 ‘못해도 2등’이고 조금만 잘하면 이길 수도 있다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야당, 보수가 10년을 집권했으니 다음은 우리 차례라며 황당한 ‘10년 주기설’을 들이미는 야당. 이런 야당이 국민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선거란 선거마다 판판이 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 싶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야당이 강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은 야당이 국민들에게 신뢰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건강한 사회, 국민들에게 최선의 선택권이 부여되는 사회는 힘 있는 야당이 여당을 견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발 나아가 또 다른 야당이 출현해 야당끼리 서로 경쟁해야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못해도 2등은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경쟁’이 답이라는 것이다. 이 긴급하고도 절절한 고백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아니면 묵묵부답으로 버틸 것인지는 전적으로 야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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