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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파리에서 보낸 한 시간

파리에서 보낸 한 시간
  • 저자칼린 L. 프리드먼
  • 출판사내인생의책
  • 출판년2017-02-14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4-05)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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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리티시컬럼비아 내셔널 어워드 수상

    《글로브앤메일》 선정 올해의 책 100

    《룸 매거진》 선정 올해의 페미니즘 도서

    CBC 선정 올해의 책 100



    연대와 극복, 나아가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1시간, 16년 그리고 지구 한 바퀴의 기록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실화와

    우리가 요구해야 했고, 요구해야만 하는 것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




    나는 곧 경련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채가 잡혀 비틀리는 순간의 기분이 떠오를 때면 그 고통을 덜어보려는 양 어느새 목을 잔뜩 움츠려 둥글게 구부리게 됐다. 손아귀에 붙잡혀 턱이 으스러질 것 같던 느낌이 되살아나기라도 하면 얼얼해진 턱의 감각을 되살리려는 듯 이리저리 입을 움직여댔다. 항문이 찢기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나를 덮칠 것만 같을 땐 누구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항문에 잔뜩 힘을 주고 버텼다. 그러다 식칼이 왼쪽 목을 짓누른다는 기분이 들면 고개를 옆으로 툭 떨어뜨리곤 한다.

    - 〈사건 이후〉, 68쪽 중에서



    스물두 살의 여름날, 배낭을 둘러메고 떠났던 프랑스의 파리에서 저자는 옛 애인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그 일은 저자의 삶을 돌이킬 수 없이 뒤바꿔놓는다.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새로운 애인을 만날 때마다, 주거지를 옮기거나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갈 때, 심지어는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일들을 할 때조차 그때의 기억은 저자를 잊지 않고 따라다닌다.

    사건을 겪은 뒤 저자와 저자의 가족이 택한 전략은 은폐였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양, 저자는 지인과 만나는 사람에게 과거를 대체할 새로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을 택해버린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 일도 없었다며, 훌훌 털고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되뇐다. 그러나 은폐 전략의 결과는 몸과 마음, 생활, 성생활까지 모두를 걷잡을 수 없이 부서지게 만들고 만다.

    책의 전반부는 사건 당일의 기억과 은폐,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저자의 일상을 치열하고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암암리에 사회를 돌고 있는 xx동영상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과 그 이후 망가져가는 삶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다큐를 보는 듯 소름끼치면서도 인상적이다. 반면 평생 떨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긍정하고 빈부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가부장제라는 사회의 불평등, 기울어진 권력의 불평등 타파를 주장하는 저자의 모습은 감동을 넘어 몰입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침묵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심지어 침묵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마는 악덕이라고. 우리가 강간이라는 지독한 현실을 끝장내려면 침묵을 끝내고 이제는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낯선 사람을 조심해! 그 말이 과연 옳은 말일까?

    이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 특히 당신이 여성이라면 더더욱




    한국은 물론 대부분의 소위 ‘선진화된’ 국가에서 부모들은 어린 여자 아이에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위험한 곳은 찾아가지 말며, 복장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충고들은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성교육이니 성폭행 방지 교육이니 하는 이름하에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이루어진다. 국가와 사회는, 선생님은, 부모님과 선배들은 이야기한다. 이 세상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곳이라고, 그러니 스스로 조심해 피하면 대부분의 좋지 않은 일은 예방할 수 있다고. 그러나 정말일까?

    세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 대부분 잘 아는 사람이나 친지에 의해 벌어지며 그 장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곳이 다수라는 통계는 접어놓더라도 이러한 말은 심하게 모순적이다. 안전한 세상인데 조심해야 한다고? 왜 여자만? 심지어 이런 식의 선입견은 실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바로 안전한 세상에서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는 수치심을 남겨놓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피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자 스스로에게, 사회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솔직함 대신 이들이 택하는 건 침묵이다.

    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야 할까? 가해자도 아닌데 왜 피해자가 거짓과 침묵을 선택해야만 할까? 저자는 그 이유를 사회가 안고 있는 권력의 불평등, 다시 말해 빈부와 국가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 만연한 가부장제의 문제에서 찾고 있다. 이 사회에서 강간은 여전히 진정한 범죄가 아니다. 만약 강간이 진짜 범죄로 인식된다면 피해자가 오히려 죄책감에 떨며 숨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전적으로 안전한 곳이라는 말도, 또 그처럼 안전한 곳에서 강간을 당하고 말았다는 말도 결코 진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사회적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한 채 지내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려면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에 대입해보더라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강간당했다고 믿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더 수월하고 덜 고통스럽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차라리 정의를 외쳐라




    비단 저자만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성적 폭력을 당한 여성은 자신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이 안전한 세상’에서 유독 ‘내가’ 심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고, 그러니 나는 유별나게 몹쓸 인간을 만났거나 아니면 자신이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행동을 한 영향도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탓하고 만다.

    하지만 저자는 주장한다. 침묵은 결코 정답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자신이 이 책을 쓴 까닭도 오직 침묵하는 그들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침묵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한 명의 범죄자를 감옥으로 보내본들 이 사회가 달라지는 것도 없다. 가난한 사람 한 명을 구제하는 건 그 자체로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권력의 재분배라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여성들 모두가 침묵을 버리고 세상을 향해 정의를 외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 만연한 불균등한 권력의 분배를 해소시키는 일에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첫 걸음은 여성들 각자가 침묵이 아닌 목소리를 내는 것이며, 스스로를 탓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고,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위험에 처한 여성들에게 역사상 한 번도 공평하게 주어지지 못했던 권력을 소리 높여 요구하는 것이다. 가부장이라는 이름하에 지금까지 여성에게는 결코 주어지지 않았던 그 권력을.





    말하고, 공감하고, 주장하라

    개인을 넘어선 사회 차원의 연대를 위하여




    이 강렬한 이야기 속에서, 철학자 칼린 프리드먼은 1990년 파리의 밤으로 되돌아간다. 훗날 자신의 삶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지독한 폭행과 마주한 파리의 한 시간, 스물두 살의 그 한 시간 속으로. 과감한 고백서의 성격을 띠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섭도록 객관적인 이 책, 《파리에서 보낸 한 시간》은 독자를 소름끼치도록 인상적인 여행으로 데려간다. 파리의 어느 허름한 아파트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오지의 병원으로 끝나는 이 여정은 반항기의 소녀에서 사회인이 되어가는 저자 자신의 성장기이면서, 빈부와 국적에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존재 앞에 놓인 세계의 불평등을 자각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강력한 행동 방침, 그러니까 ‘말하고, 공감하고, 주장하라’를 깨닫게 된 여정이기도 했다.

    오늘날 세 명의 여성 중 한 명은 성적 폭력의 희생자이며,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남 앞에서 밝히기를 두려워한다. 저자는 성적 폭력을 겪은 여성들이 ‘무엇에 맞서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렬하면서도 핵심적인 시점을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성적 폭력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사회 문제의 근원에 던지는 위급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폭력은 세계에 만연한 성적 불평등에 기인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모든 여성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네 기억이 그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감추고 혹은 차단시키는 방식을 통해 우리는 트라우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터득할 수 있다. 진실과 자유에 관한 사실을 파악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 깨달음의 정도가 우리가 희망하는 수준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와 꼭 같은 경험을 한 성폭행 피해자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만일 당신도 이들 중 한 사람이라면 앞으로 소개될 내용, 특히 첫 장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끔찍했던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줬으면 한다.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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