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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 저자조지 레이코프 외
  • 출판사생각정원
  • 출판년2018-03-26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9-2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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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에 투표한다. 범죄자에 대해 사회 교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사형제가 부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지 않으면 사회가 어려워진다고 외치다가도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는 인지언어학의 대가 조지 레이코프와 그의 제자 엘리자베스 웨흘링이 정치적 결정의 모순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수와 진보가 이 과정에서 어떻게 나뉘는지 등, 쉽게 해답을 얻지 못했던 질문에 대해 생각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보수들이 선거철이 되면 결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보수는 정말 위태로울까?

    2017년 5월 대선(19대 대선)은 한국사회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를 던진 선거였다. 문민정부 이래로 대통령 선거는 대부분 진보와 보수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진보가 승리한다 해도 간신히 이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는 중도진보 성향의 1번(전체 유권자 중 41.1% 득표)이 보수를 기치로 내건 2번의 득표율(24%)을 17.1%p 차이로 앞섰다. 사상 최대로 1위와 2위 사이의 득표차가 벌어졌다. 6개월 뒤인 2017년 11월에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48%의 지지를 끌어 모을 때, 자유한국당은 9%와 바른정당은 6%의 지지를 얻었다. 이제 새로운 보수 세력을 자임하며 탈당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을 보며, 보수의 몰락은 기정사실이 된 것만 같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이끌었던 진보 정권이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다. 진보의 본산이라고 할 만한 유럽에서는 브렉시트가 일어났고, 이민자들을 막는 각국의 진입 장벽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에 투표한다. 범죄자에 대해 사회 교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사형제가 부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지 않으면 사회가 어려워진다고 외치다가도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

    2018년 3월 생각정원에서 출간한《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는 이러한 모순들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수와 진보가 이 과정에서 어떻게 나뉘는지, 쉽게 해답을 얻지 못했던 질문에 대해 인지언어학의 대가 조지 레이코프와 그의 제자 엘리자베스 웨흘링의 대담을 통해 생각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보수들이 선거철이 되면 결집하는 이유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트럼프와 오바마의 ‘우리’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는 진보와 보수가 어떻게 다른 프레임을 형성하는지 밝혀낸다. ‘자유’, ‘정의’, ‘평등’, ‘공정성’ 등의 개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진보나 보수가 다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평등인가, 무엇이 정의인가, 무엇이 공정성인가, 무엇이 자유인가에 대해서 이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심지어 보수와 진보가 지칭하는 ‘우리’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기후변화에 관해 정반대의 입장에 있었던 오바마와 트럼프의 발언을 살펴보자. 2015년 8월 오바마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정책을 발표하며 “기후변화가 이미 미국 전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오염되지 않고 손상되지 않은 지구를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도덕적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017년 트럼프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며 “우리는 이 협정을 탈퇴하고 새 협상에 나설 것이며 공정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정반대의 정책, 즉 한 사람은 탄소배출량 감축에 찬성하고 다른 사람은 탄소배출량 감축에 반대하면서 ‘우리’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 모두 우리를 지칭할 때 ‘미국인’을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면면은 조금씩 다르다. 오바마는 우리를 말할 때 ‘현재의 환경을 보존하여 후대에까지 물려준다’라는 공동의 가치를 ‘우리’라는 말 안에 담았다. 그래서 그가 지칭하는 우리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며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물론 오바마의 ‘우리’를 들을 때, 탄소배출량 감축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기업인들은 아마 오바마의 말에 자신을 포함시켜 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말하는 우리는 미국인이지만, 탄소배출량 감축에 거부하면서 이익을 볼 사람은 미국인 전체가 아니다. 오바마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당장 조금씩이라도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미국은 재앙에 가까운 허리케인과 폭설을 해마다 겪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트럼프가 말하는 ‘우리’ 안에 미래 세대는 없다. 또한 기후변화로 계절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사람들 역시 트럼프가 말하는 ‘우리’ 안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르게 말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보수의 말과 진보의 말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것일까? ‘자유의 이름으로’는 미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교리이다. 예컨대 조지 W. 부시가 임기 중에 취했던 입장을 살펴보자. 부시는 ‘작전명 이라크 자유’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도록 했다. 그는 자유의 이름으로 시민들 틈에서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겠다고 감시 체계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자유를 신장한다는 이름으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축소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부시가 ‘자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레이코프는 부시는 보수적 관점에서 ‘자유’를 가장 분명하게 이해하고 실행했다고 말한다.

    한국의 태극기 집회에서 볼 수 있듯, ‘자유’는 논쟁적인 단어다. 레이코프도 비슷한 점을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불유쾌하거나 불편한 진실을 덮기 위해 단순히 ‘자유’나 ‘공정성’ 같은 낱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 진보주의자들의 커다란 실수이다. 부시든 트럼프든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자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의 이름으로’ 국가 정책과 국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보며 ‘자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레이코프는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기에는 몇 가지 해석이 있는지 다시 처음부터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자유’를 시장 경제에서의 경쟁 체제로 생각하는 보수적인 해석이 있고, 서로가 함께 자신의 정체성과 차이를 드러내며 인정받을 수 있는 자유를 뜻하는 진보적인 해석이 있다.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에 대해 헷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코프의 말대로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은 어떤지를 자문하지 않으면, 서로 생각하는 것만 말하고 소통되지 않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먼저 당신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레이코프와 웨흘링은 왜 보수와 진보가 이렇게 대립적인 입장을 취하는가를 개인과 정부의 관계에 대한 개념적 은유 [국가는 가정]에 근거해서 설명한다. 이 은유에 따르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국가는 가정이고 국민은 자녀들이며 정부나 정부의 수장은 부모이다. 그리고 국민에 대한 정부의 의무는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의무이다. 부모가 자녀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듯이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부모가 자녀들의 필요를 제공해 주듯이 정부는 국가의 경제를 운용하여 국민의 생계를 지원한다. 부모가 가정에서 우리를 훈육하듯이 정부는 공교육을 통해 우리의 시민적 역량을 길러준다.

    바로 이 [국가는 가정] 은유가 전체 세계관을 구조화하며, 뇌 속의 전체 프레임 체계를 조직한다. 먼저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를 파악하기 위해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이코프는 사람들이 이상적인 가정에 대한 다른 두 모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가 함께하는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이다. 이 모형은 양육 과정에서 습득되고, 결국 정치적 차이를 만든다.



    우리는 이미 보수 프레임에 길들여져 있다!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에서 본다면 세상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녀들을 보호하고, 자녀들은 아버지가 정한 일련의 규칙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녀들은 스스로 절제하는 힘을 길러 도덕적 권위로 성장해야 한다. 이 양육 방식에서는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면 자녀에게 상을 주지만 불순종하면 벌을 내린다. 상과 벌, 자기 책임, 사적 이익이 공적 이익보다 앞서게 된다. 보수의 세계관에서는 당연히 자유 시장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며, 누구라도 절제력을 길러서 경쟁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권위를 지니면 자수성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에서는 아버지가 지배하는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과 다르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부모는 상과 벌을 가르치기보다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감정이입과 책임감을 실천하며 자녀로 하여금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습득하도록 양육한다. 자애로운 부모 가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도덕적 가치는 감정이입과 책임이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맺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에 공감하며,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하고,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적 친밀감을 느끼는 능력이다. 책임은 자신을 보살피는 개인적 책임뿐만 아니라 타인들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다. 보호와 성취, 자유, 기회, 공평성, 평등, 번영, 공동체 등 진보 정치의 핵심적 가치는 감정이입과 책임에서 나온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들이 공익과 자유 신장, 인간 존엄성 보호, 다양성 존중이라는 정치적 원칙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수와 진보 프레임이 양육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어떻게 보수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까?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에서 레이코프와 웨흘링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코끼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뇌신경 회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며, 어떤 프레임을 사용하고 어떻게 프레임을 구성하는지가 정치적 소통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보수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보수는 자신들의 정치적 가치와 정체성을 적절한 프레임에 넣어 성공적으로 소통해왔지만, 진보는 그러지 못했다. 이것이 미국의 보수적인 공화당이 진보적인 민주당보다 더 많은 선거에서 승리하여 정치를 주도하는 주요한 근원이었다.

    당시 미국 대선에서 레이건의 지지율은 높았지만, 레이건의 정책에 찬성하는 이들은 적었다. 이때 레이건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엄격한 아버지 모형’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는 자애로운 가치에 따라 살아가지만 그들은 집에서 엄격한 아버지라는 사실을 각인시킨 것이다. 레이건은 가정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의 관점으로 정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축소시키기 위해 레이건은 집에 생활비가 떨어지면 소비를 줄이듯, 국가 예산이 부족하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블루칼라들이 더 적극적으로 레이건을 지지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바로 보수적 프레임의 활성화였다.

    이러한 활용은 레이건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도널드 트럼프는 기업 친화적인 공약, 법인세 인하와 오바마 케어의 폐지를 들고 나왔지만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갖추었지만 의료보험 제도가 없어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이다. 오바마케어가 미국인들에게 부족한 공공의료 영역을 채워줄 유일한 수단이었으나, 미국의 노동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표를 던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산업의 지체가 ‘이민자’ 때문이며, 이 이민자가 미국의 가정을 붕괴시킨다는 프레임을 형성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엄격한 아버지 프레임’을 활성화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고려하는 대신 그들의 머릿속에서 강화되는 세계관에 충실한 채로 투표한 것이다.



    무당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하나의 프레임 속에서만 성장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해도, 사회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화되면서 자애로운 부모 모형을 습득하게 된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의 가치관을 함께 습득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떤 프레임이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보수적 선택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된다.

    레이코프는 두 가지 모형을 함께 갖고 있는 이들을 ‘이중개념 소유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정치에서는 전반적으로 엄격하지만, 자연을 사랑해서 환경 정책에 관해서는 자애로운 가치를 지지할 수 있다. 이웃에게 높은 정도의 감정이입을 보여주는 진보적 공동체에 사는 보수주의자들도 존재한다. 이중개념 소유자들은 두 가지 모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을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그래서 레이코프는 ‘무당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레이코프가 말하는 이중개념 소유자들은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무당파가 많은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을 잡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주거비로 고통받게 되며, 재개발로 인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부담을 갖다가도 ‘자유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문제’라는 보수의 프레임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개발논리에 찬성하게 된다. 범죄자를 사형시키기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교화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세상이 위험에 처해 있고,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엄격한 아버지의 가치관이 강화되면 사형제에 찬성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보수는 이중개념 소유자들을 레이건 시대부터 잘 설득해왔다. 보수주의자들은 자칭 무당파, 온건 진보, 중도파인 많은 사람들이 보수적인 세계관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보수적인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진보주의자들보다 더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은 이중개념 소유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에 보수적 세계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보수적 가치관을 활성화하는 발언을 계속하며 오른쪽으로 끌어들인다.



    프레임은 진실보다 강하다!

    레이코프는 진실보다 프레임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미 우리는 성장하면서 보수 프레임에 길들여져 있다. 보수의 프레임이 진보의 프레임보다 더 쉽게 활성화되는 한, 보수의 전멸을 외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는 ‘불안’을 자극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최강자의 생존’을 외치며, 내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아버지의 위치’를 자극한다면 언제든 보수는 되돌아올 수 있다. 되돌아올 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을 동반하여 겨우 이루어놓은 진보적 가치를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도 있다.

    지난 보수 정부 시절을 생각해보자. 당시 ‘세금 폭탄’이라는 말 한마디에 전 국민의 2퍼센트도 안 되는 부동산 초(超)부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폭탄을 투하하는 악당이 되었고,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던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선한 사람들이 되었다. 결국 ‘세금’은 폭탄이 되고, ‘경제 살리기’라는 어구와 함께 사람들 마음속에서 보수의 프레임이 강화되었고, 그것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보수 정부를 유지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렇다면 진보의 프레임은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레이코프는 진보의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의 가치’를 꾸준히 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공유하는 경험들을 함께 묶어낼 때마다 사람들은 그것을 실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보적 시각으로 세계를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프레임 구성을 ‘나’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보수가 세금을 폭격으로 설명할 때, 세금은 ‘공동의 재산이며 공동의 재산을 통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해야 한다. ‘낙태’에 대해 보수가 생명의 관점으로 프레임을 구성할 때, ‘보호받아야 할 여성의 신체에 대해 국가와 정부가 여성을 대리해 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되물어야 한다. 보수가 불안과 위험을 자극할 때마다 진보는 공동의 경험,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며 함께할 때 더 큰 힘과 더 많은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가 ‘삶은 처절한 경쟁이며 사회는 각자도생하는 곳’이라고 강조할 때마다, 진보는 삶을 ‘모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깨어 있는 저널리즘’이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언론인들은 민주주의에서 지극히 중요한 핵심적인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정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입니다.”-본문 중에서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에서 레이코프는 마지막 장을 할애해 언론인들에게 특별히 주문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 안에 어떤 프레임이 담겨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깨어 있는 저널리즘’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인들이 사용하는 낱말 안에 미묘한 이념적 편향이 담겨 있다는 점을 깨닫고 보도하면서 그 점을 고려해야 할 때인 것이다. 레이코프에게 자유롭고 공평한 미디어는 객관적인 사실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정파들이 어떤 이념을 전달하려는지 분명히 인지하는 수단인 것이다.

    ‘깨어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레이코프와 웨흘링의 독특한 생각은 이미 1장의 은유에 대한 설명에 잘 드러나 있다. 그들은 사람은 모두 실제가 아닌 은유를 통해서 사유한다고 말한다. ‘물가가 올라간다’라고 말할 때 실제로 물가는 수치가 달라지지 올라가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성장하면서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물의 양이 많아지는 것과 숫자가 커지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습득했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간다’라는 표현이 우리 생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객관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게 ‘객관’과 ‘팩트’ 측면에서 가장 큰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언론에 신뢰를 보내고 있는 한, 언론이 가장 먼저 프레임 이론을 습득하고, 사실을 전달할 때조차 프레임의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레이코프는 언론이 정당에서 공식적으로 내놓는 성명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레임을 활성화시키려는지 검토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민주주의와 의사결정에 관해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진보 세력이 우세하다고 말하는 것은 대책 없는 낙관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세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크고, 부동산 가격에 절망하지만 재개발에 대한 희망이 가득 찬 상황을 감안한다면 진보는 여전히 자신만의 프레임을 활성화시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진보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몇 번의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있겠지만, 사회 시스템을 진보적으로 바꾸는 일은 요원할지 모른다. 아직 희망은 있다. 사람은 양육 과정에서 보수적으로만 성장하지 않고, 타인에게 감정이입하며 책임도 함께 배워나가니 말이다. 앞으로의 변화는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나’에 함몰되지 않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공동’이라는 가치를 꾸준히 일깨워간다면, 선거의 승리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분명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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