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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 저자박가영
  • 출판사미래의창
  • 출판년2018-08-08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9-2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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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던 한국의 알바몬,

    우는 날보다 웃는 날 많은 일상과 또 다른 나 ‘앨리스’를 찾다



    “나는 나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게 너무 많았어. 한국에서는 내가 가진 장점과 능력을 꺼내볼 일이 없었어.

    그래서 내가 예쁜 보석들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거야.”



    학창시절, 다들 의사를, 대기업을 꿈꿀 때 꿈이라곤 맥도널드 정규직이 되는 것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다들 넌 안 될 거라고 했으니까, 머리 터지게 공부하지 않은 너에게는 꿈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조금 별나고 독특한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에 대해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꿈꾸기를 포기했다. 한국의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나에게 어떤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진 않아서.



    딱히 호주에 이민을 오는 게 목표는 아니었다. 당장 도망칠 곳이 필요했고, 우연히 워킹 홀리데이로 갈 수 있는 호주가 눈에 띄었을 뿐. 그렇게 도착한 호주는 한국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일개 알바생도 손님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설 수 있었고, 고용주들은 스스럼없이 급여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제공한 시간과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무료배송, 무료상담, 공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의문이 생겼다. 처음 겪는 호주의 문화는 낯설었지만 한국에서보다 편안했고, 매일이 싱그러웠다.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졌다. 한국이 아니라면 괜찮았던 거구나. 한국이 아니라면 행복해질 수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 도착한 지 딱 10년이 지나 레스토랑 두 개의 오너 셰프가 되었다. 대단한 부자가 되진 않았지만, 꽤나 괜찮게 산다. 나이에 얽매여 어떤 역할을 강요받지 않아도 되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연말에는 무려 3주나 가게를 닫고 여행을 떠난다. ‘삶의 질’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좀 느낀다. 그럼에도 가끔씩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왜 한국 사회에는 내 자리가 없었던 건지, 그렇게나 치열하게 살았는데도 왜 한국에선 괜찮지 않았는지. 이민 덕분에 행복해진 건지.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던 삶을 버리고 나의 삶을 찾았기에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왜 한국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토록 방황했는지, 그리고 호주에서는 어떻게 나다운 삶을 찾아냈는지, 머나먼 멜버른에서 한국을 바라보며 떠올린 소회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가진 거라곤 알바 경력뿐, 흙수저에 전문대 출신.

    한국에서 정한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내가

    언젠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살을 엘 듯 찬바람이 부는 겨울날, 꼼짝없이 바깥에 서 있어야 하는 백화점 주차도우미 알바를 아홉 시간이나 하고 나면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그러나 알바를 끝내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귀갓길에 계속 머리에 맴도는 건 추위도 아니요, 다리의 통증도 아니요, 오늘도 어김없이 치러야 했던 VIP 암기 시험이다. 누구 회장님의 차종은 이거, 차 번호는 저거……. 입이 찢어질 듯한 미소를 보내고 허리를 90도 굽혀 정중한 인사를 건네도, 그렇게 인사를 건넨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VIP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멋지게 입장하는 VIP, 그리고 그 입장을 도와주는 배경으로서의 주차 도우미가 있을 뿐이다.

    몸담고 있던 모든 알바가 그랬다. 계약직과 알바는 그저 정규직들의 업무 보조, 끊임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부품 하나일 뿐 있으나 마나한 존재. 나라는 존재가 없어도 모든 일은 무탈하게 돌아가고 빈자리는 금세 다른 누군가로 채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을 뚫고, 어떤 자리를 손에 넣어 톱니바퀴의 꼭대기 축으로 군림할 그릇은 못 된다. 왜냐하면, 다들 그렇게 말했으니까. 너처럼 유별나고 이상한 애는 한심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돈 좀 모아서 시집이나 빨리 가는 게 인생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닥치고 머리 터지게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했으니까.

    그랬는데, 가진 거라곤 알바 경력밖에 없는 흙수저에 고작 전문대 출신, 재주 하나 없는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렇게 견디고 버티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해질까? 누가 정해놨는지 모를 대한민국의 기준에 맞추어보면, 스물여섯 가영의 앞날엔 답이 없었다.



    불현듯이 도망쳐온 호주 멜버른,

    아무 날도 아닌 그날이 너무 특별해서

    눈앞에 닥친 취업이, 생계가, 경쟁이 싫어 무작정 워킹 홀리데이로 도망쳐온 호주는 사실 한국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바다가 좀 더 가깝고, 들판이 많다는 것 정도? 하지만 여기 역시 한국과 다를 바 없는 자본주의 사회. 한인 레스토랑의 시급은 고작 8불. 물가만 더럽게 비싸고, 뭐가 좋다는 건지. 그래도 이왕 호주까지 온 거, 호주다운 걸 구경 한 번은 하고 싶었다. 마침 낡은 여행자 숙소에서 지내며 친해진 비슷한 신세의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 만날 맥주나 마시지 말고, 호주란 데 구경이나 해보자. 순식간에 도착한 바다는 새파랗고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부셨다.

    한 두어 시간 지났을까. 갑자기 해변 앞 도로로 차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양복 입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 퇴근 시간인가 보네, 하며 읽던 책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찰나, 수많은 이들이 갑자기 훌렁훌렁, 양복을 벗기 시작했다. 금방내 수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옆구리에 큼지막한 서핑 보드를 끼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세상 행복한 얼굴로, 스트레스 하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둘러봐도 그들이 대단한 부자여서 서핑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피자 배달 오토바이를 그대로 끌고 온 사람, 고물차를 끌고 온 사람……. 그렇구나. 삶의 질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더 비싼 걸 먹거나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누리는 편안함과 풍요로움. 그게 진짜 삶의 질이구나.

    호주 사람에겐 그게 일상이라고 했다. 네 시에 퇴근해서 헬스장에 들렀다 가듯 서핑을 하고 집에 가는 게,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호주 사람에겐 아무 날도 아닌, 하고많은 날 중 하나였던 그날이 너무 특별했다. 진짜 삶의 질이 무엇인지 알게 된 날, 그리고 처음으로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구김 없이 밝고, 쿨하고, 에너지 넘치고, 사업할 배짱까지 있는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 앨리스를 만나다

    그렇게 눌러앉기로 결정한 호주는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어디가 맞는지, 틀린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많이 다르다. 남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해도 이상하고 별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졸업한 학교가 어딘지도 묻지 않았다. 알바생도 무조건 손님에게 굽신거릴 필요도 없었다. 고용주에게는 당당하게 급여를 물어봤고, 그들도 급여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이용한 서비스에는 대가를 지불했고, 마찬가지로 내가 베푼 서비스에도 마땅한 대가가 주어졌다. 처음으로 한국의 무료배송, 무료상담, 무료서비스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우연히 시작한 요리는 즐거웠다. 말 그대로 천직이었다. 레스토랑에서는 매일같이 쇼가 펼쳐졌다. 그것이 설사 아주 작은 주방보조일 뿐이더라도 각자에게 확실한 역할과 자리가 있었다. 마침내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흙수저이든, 어떤 학교를 나왔든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능력만 놓고 정당하게 경쟁해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성격이 달라진 것도, 한국에서보다 열심히 산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한국에서의 삶이 더 치열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했고, 호주에서는 가능했다. 열심히 살다 보니 레스토랑의 헤드셰프가 되고, 호텔의 셰프가 되고, 마침내 내 가게까지 가진 오너 셰프가 되었다. 한국에서의 초라한 삶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대신 쿨하고, 구김 없이 밝고, 심지어 사업할 배짱까지 든든히 갖춘 또 다른 나, 앨리스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호주에 오며, 요리를 시작하며 삶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불필요한 경쟁을 할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를 보며 위축될 필요도 없다. 불편한 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럼으로써 나만의 템포를 찾았고, ‘행복’이라는 것에 한 뼘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것이 ‘이민’ 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민을 후회하기도 하고, 10년을 살고서도 한국이 그립다며 다시 떠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던 삶을 버리고 나의 삶을 찾았기에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것. 언제가 될지도 모를 미래의 행복을 찾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행복을 우선시했기에 괜찮아졌다는 것이다. 지금이 힘들다면, 견디고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지향하고 있는 행복한 삶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나 자신에게 맞는 자리는 어떤 곳인지 말이다. 그리고 만약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민이라는 선택지도 한번쯤은 고려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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