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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 함께 산다

나, 함께 산다
  • 저자서중원 저/정택용 사진/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출판사오월의봄
  • 출판년2018-08-09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9-2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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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겐 함께할 자유가 있다



    시설 밖 세상으로 나온 이들의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싸우는 삶을 위한 여정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의 24시간은 먹고 자는 것 이상의 사람 간의 소통, 관계, 꿈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 끝도 없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다양한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건 준비되고 나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살 부비며 겪어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왜 시설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한평생의 삶을 시설에서 보내는 사회, 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시설을 나와 자립을 선언한 사람들이 있다. 이상분, 유정우, 김범순, 신경수, 최영은, 김진석, 홍윤주, 정하상, 김은정, 남수진, 이종강 열한 명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 자립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첨예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포함한다. 근본적으로 이는 그동안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회에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투쟁이다. ‘탈시설’이라는 문제의식은 여태껏 비장애인의 ‘정상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이라는 한 인간 존재를 배타적으로 규정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수용 시설의 존재 이유와 그 정당성은 단 한 번도 의심된 적이 없었다. 장애가 없는 몸을 정상으로, 그렇지 않은 몸을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도식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존재로 내몰렸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설만이 장애인이 살 곳이라는 위험한 규정은 시설 내의 온갖 폭력들을 방관, 묵인하도록 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자신의 삶을 폭력적으로 좌지우지해온 국가나 사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탈시설을 감행한 열한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과의 만남은 2005년부터 장애인 ‘탈시설 자립 생활 운동’을 통해 탈시설을 돕고, 시설 비리 척결을 위한 시설 조사를 진행해온 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하 ‘발바닥행동’)이 기획한 인터뷰에서 시작되었다.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여러 차례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발바닥행동’과 인연을 맺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들의 경험과 일상이 생생하게 기록될 수 있었다. 1년에 걸친 인터뷰 과정에서 이들은 탈시설 이후의 자립 생활은 물론 시설 문제를 비롯한 국가와 사회 제도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털어놓았다.



    시설의 존재 이유를 질문하지 않는 사회



    시설을 나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택한 이들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은 단연 시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탈시설을 경험하기 전에 시설을 경험했다. 이들이 시설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시설은 과거 그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으로 주어졌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장애인들이 여전히 시설을 강요받고 있다. 사회는 그들을 버거운 짐짝 혹은 무력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래서 마치 언제나 타인의 돌봄과 동정, 시혜만을 필요로 한다는 듯 대한다. 시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애인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에게 끊임없이 받기만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함께 살기보다는 격리된 채 돌봐져야만 한다고. 시설만이 해답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유효한 세상이다. 하지만 정작 시설에서 살아온 당사자들이 시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곳에서의 삶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기 삶의 한평생 혹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낸 이들은 시설이라는 공간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또한 그곳에서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시설에서의 삶은 이들의 탈시설과 자립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시설은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심지어는 사람이 죽어도 알 수 없는 곳(이상분)이다. 또 다른 이들은 내 마음대로 씻을 자유조차 없는 곳(신경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해서 무연고자들이 훨씬 더 심한 차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곳(김진석), 주말에 봉사 오는 사람들과 억지로 웃으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곳(홍윤주)으로 시설을 기억한다. 이들의 발화를 통해 우리는 시설이 어떤 공간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에는 꽤나 다양한 형태의 시설이 존재한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 사회복지 재단, 요양 시설 등 저마다 성격과 운영 방식이 다른 시설들이 ‘산 좋고 물 좋은’ 전국 각지에 포진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열한 명의 인터뷰이들 역시 각기 다른 시설에서 살아왔고, 상이한 시설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각각의 시설 경험에는 상이하면서도 어딘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부터 자기 삶에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까지 모든 일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할 수 없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시설에서 이들은 생각과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아서 다른 누군가가 멋대로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대상쯤으로 여겨졌다. 한마디로, 이들은 시설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박탈당했다.



    “자유와 생각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세상으로



    그것은 결코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장애를 가진 어떤 사람이 스스로 시설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조차 그 선택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비장애인을 위해서 설계된 사회,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과연 선택이라는 게 가능하긴 한 것일까? 사회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으로 장애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을 가족들에게 떠넘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단 하나, 시설이다. 시설은 장애인의 다른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고려해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버리고, 그 일을 한 일가족의 영역에 한정해버린 결과다. 가족도 지치고 쓰러지게 되면 그때 이들은 시설로 보내진다. 가족과 나를 위해 시설을 선택했다지만 이것은 결코 선택이 아니다. 선택지가 단 하나밖에 없고 모두가 그걸 가리키는 상황을 체념한 것뿐.



    이 책의 인터뷰이들 중 그 누구도 시설을 선택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시설로 ‘보내졌다’고 이야기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시설에서 살지 않기로 한다. 누구는 시설에서 먼저 나간 친구나 연인을 통해, 누구는 장애인 야학이나 탈시설을 돕는 단체에서 만난 활동가를 통해, 누구는 체험홈(장애인 거주 시설 이용 장애인 가운데 지역사회로의 이주를 희망하고 생활 능력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한해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 등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의 경험을 통해, 또 누구는 거주하는 시설의 운영 비리와 폭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기회를 잡아 탈시설을 감행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탈시설의 문제가 결국 고립을 깨고 지역사회의 사람들과 꾸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과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에서 사는 것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고, 당신에겐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인연의 끈이야말로 시설의 근거를 질문하고 탈시설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실어주었다.



    나에겐 함께할 자유가 있다



    그렇다면 탈시설 이후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발바닥행동’과 작가 서중원이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세심하게 다루고자 한 부분이 바로 이들의 ‘일상생활’이다. 1년에 걸친 밀착 인터뷰를 통해 《나, 함께 산다》는 이들의 달라진 삶을 기록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시설을 나온 이후 삶을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 일상에서 어떤 변화들과 마주하고 있는지, 인터뷰이들은 자기 나름의 언어로 들려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이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었다. 시설에서부터 사랑을 키워오다가 탈시설 이후 부부의 연을 맺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이들도 있고, 지역사회로 나와 이웃들을 살뜰히 챙기고 정을 나누는 이, 시설에서 자행되는 폭력 및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는커녕 시설 예산만을 확충하고 있는 국가와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이, 자신의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활동가들과 함께 오랜 기간 탈시설을 준비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제약들로 끝내 시설을 나가지 못한 이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시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눈 뜨게 된 탈시설이라는 세상에 대해 시설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폐쇄된 환경에서 정보가 부족해 알지 못하는 인간의 권리를 시설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 그는 ‘아직’ 시설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존재하는 바로 그곳에서 시설 너머의 세상과 관계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탈시설의 한 방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설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이들이 얻은 것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이다. 집단 생활 속에서 늘 타인과 함께였지만, 정작 사람 대 사람으로서 관계 맺고 살아갈 기회는 한 번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에게 탈시설은 자신이 원할 때 스스로의 의지로 가족, 친구, 연인 혹은 낯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다.



    “그러니까 당신에게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탈시설 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시설을 벗어났다고 해도, 세상으로 나온 장애인들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세상으로 나왔다는 사실과 그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원만한 자립 생활을 꾸려가기에 세상은 여전히 ‘시설’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버스를 타자!’라는 외침으로 시작된 이동권 투쟁이 지속된 지 어언 20년, ‘탈시설 자립 생활 운동’이 촉발된 지 10년 정도가 지났지만, 사회는 여전히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무탈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일상생활의 다양한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선은 진중하게 고려된 적이 없다. 장애인들이 이동권 투쟁을 벌일 때 나타나는 가장 지배적인 반응은 지금도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탈시설의 현주소이자 이들이 살아내야만 하는 현실이다.



    그 누구보다 탈시설을 희망했지만, 온갖 합병증에 시달리는 중증장애의 몸 때문에 끝내 시설을 나오지 않기로 선택한 인터뷰이 이종강 씨의 이야기는 특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행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은 시설을 나오더라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24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 최저생계를 보장할 수 있을 만큼의 수급 지원, 의료지원 체계와 같은 영역이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시설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따라서 탈시설은 결국 시설을 나오는 것 그 이상을 요구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시설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공간을 요청하는 운동으로서 탈시설은 자립 생활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그 몸으로 어떻게 함께 살 수 있겠냐는 의심이 아니라, “그러니까 당신에게는 무엇이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을 말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질문하는 순간,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낙인은 효력을 상실한다. 그 빈 자리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함께 살아갈 사회구성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이상분, 유정우, 김범순, 신경수, 최영은, 김진석, 홍윤주, 정하상, 김은정, 남수진, 이종강이라는 열한 명의 인터뷰이들은 지금 막 우리에게 초대장을 보내왔다. 우리는 그들의 삶에 초대받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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