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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저자윌리엄 데이비스 킹
  • 출판사책세상
  • 출판년2018-08-23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9-2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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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모으는가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미련 없이 내버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가

    무언가를 모으고, 쌓아두고, 기억하려는 충동에 대해 사유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수집한다. 그것도 무척 열정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수집할 가치가 있는 것은 거의 수집하지 않으며, 누구라도 수집하고 싶어 할 만한 것은 단 하나도 수집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돌이켜보니, 그때까지 내가 필요로 했던 그 모든 불필요한 물건들을 그러모아 파일로 만들고, 상자에 담고, 배열하고, 난리법석을 떨면서 정리정돈하고 보니, 나에게는 분명히 컬렉션이 있었다. 나는 거대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수집을 시작했고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22~23쪽)



    버리고 비우면서 심플하게 살기를 표방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이런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동사니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이 있다. 통조림이나 생수병, 고양이 사료 등 온갖 종류의 라벨 1만 8,000개, 시리얼 상자 1,579개, 우편봉투 속지 패턴 800개, 병뚜껑 500개, 신용 사기 편지 141통, 치약 포장 상자 120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극무용학과 교수인 저자 윌리엄 데이비스 킹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을 법한 물건들만을 열성적으로 그러모아 거대한 컬렉션을 구축해왔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컬렉션을 보유하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온 그에게 ‘최소 투자 최대 이익’이니 ‘가격 대비 성능’이니 하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다. 효율과 가치 추구의 정반대편에 서 있는 그는 “만약 수집가들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내가 레어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간 아무 가치 없는 물건들을 모으고 보관해온 저자는 가정에서, 일에서 여러모로 혼란을 겪던 중년에 이르러 자기 자신을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수집에 강박적으로 몰두하게 되었는지, 수집을 통해 과연 어떤 의미를 얻으려 했는지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애쓴다. 이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얻어내고자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과거 회상과 수집에 관한 고찰을 오가는 이 독특한 자전적 에세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기도 한 인간의 사소한 습관과 일상의 사물들에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지면서 잔잔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스스로를 수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열성적인 수집광이 아닌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두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습관적 수집이라는 행위, 무언가를 모으고 보관하려는 욕망 자체를 탐구할 뿐만 아니라 혼란과 무력감, 외로움에 휩싸였던 한 인간이 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려내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물론 무언가에 꽂혀서 깊이 빠져든 ‘덕후’라든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키덜트족이라면 수집에 대한 저자의 섬세하고도 설득력 있는 고찰에 더욱 깊이 공감하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시도한, 별난 수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정신분석, 수집에 관한 통찰은 강한 자의식, 기묘한 강박, 자기혐오가 깊이 배어 있음에도 재치와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있다. 유음어 말장난, 교차 대구, 언어유희를 즐겨 구사하는 가운데 연극 대본처럼 구성한 대화문과 자작시, 수집품 목록, 《커피 테이블용 점성술 책》과 《브레인 테스트》 같은 소장 도서에서 발췌한 글,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 행운의 편지 등 기발한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수집가다운 집념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사물일지라도 그것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무한한 의미를 지닐 수 있고, 수집이라는 행위는 결국엔 죽기 마련인 인간이라는 덧없는 존재가 죽음의 공포에 맞서는 하나의 수단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위기의 중년에 돌아본 내 유별나고 강박적인 수집 인생



    1998년 어느 더운 여름날, 아내와의 이혼으로 이사를 하게 된 마흔세 살의 ‘나’는 차고에 쌓인 거대하고 끔찍한 짐덩이에 새삼 놀라고 만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이하고 다양한 컬렉션’이었다. 남들 보기에는 버려야 할, 수집할 만하지 않은, 보잘것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모아 방대한 컬렉션을 구축해온 나.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년 시절 어머니의 절친이자 내 대모인 매리언 대너 아주머니가 선물로 건네준 우표 컬렉션이 있었다. 이를 단초로 시작한 수집 취미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서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무언가를 모으고 거기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혼을 계기로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어쩌다 수집에 광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는지 자문하다 어렸을 적에 선물로 받은 우표 컬렉션을 떠올린다. 어쩌면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수집품인 우표로부터 시작했으나 그의 수집 취미는 범상치 않은 여정을 거치게 된다. 《우표 수집가 핸드북》에서 말하는 진정한 우표 수집가가 되기 위한 매뉴얼들에 반감을 품고 리넨 종이 위에 스카치테이프로 우표를 붙이는 대담함을 보인 저자는 일반적인 수집 행태에 줄곧 저항한다.

    그가 수집에 몰입하게 된 데는 신체장애와 정신질환을 앓던 누나 신디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를 독차지하려 들던 누나는 신경증 발작으로 집안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고, 수집은 그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느끼던 소외감과 상처를 달래주었을 뿐만 아니라 공허와 결핍을 채워주었다. 무언가를 모으고 배열하여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행위는 자신이 군주처럼 군림할 왕국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봐 두려웠던 저자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었으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마 소유하고 결합시킴으로써 현실에서는 결코 의미 있는 것을 갖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줘야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고 수집에 열중해온 자신을 분석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집을 떠나 들어간 기숙학교에서도 녹슨 못이나 볼트, 침대 스프링 등 갖가지 쇠붙이를 주워다가 광을 내는 저자의 취미는 계속되었다. 한편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오닐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어 결국 그 영향으로 예일대에 입학해 공연예술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가 연극무용학과 교수가 되어 강의를 하고 학술적 업적을 쌓기까지는 자료를 모으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데 집착하는 수집벽이 얼마간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쇠붙이에 여전히 매혹되던 청년 시절, 버려진 세탁기에서 ‘노르게’라는 크롬 표장을 뜯어내느라 엄지손가락을 깊이 베어 피를 흘리고 기절하기까지 했으면서도 피 묻은 표장을 세척해 기어이 컬렉션에 집어넣은 일화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무시무시한 집념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스스로도 의아해할 정도로 제어하기 힘든 심리에서 지속된 수집은 그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고 그의 컬렉션은 무한 증식 일로를 걷게 된다.



    수집, 수집가, 수집품, 그리고 수집가의 삶에 대한 심리적·철학적 고찰



    “의심할 바 없이 우표 수집가는 자기 우표를 수단 삼아 전 세계를 여행한다. 그들은 우표의 역사 속에 산다. 특정 우표를 손에 넣음으로써 왕들을 폐위시키거나 기억할 만한 역사적 순간들을 경축한다. (…) 수집가들은 모두 (…) 정신으로 삶을 지탱한다. 그들은 사랑의 굶주림을 덧없는 허깨비로 채운다. 이런 이유로 수집가는 평정에 이르지 못하며, 결코 수집을 멈추지 못한다.” _빌헬름 스테켈(의사·심리학자)



    “수집가가 경험하는 대상물들은 실제든 상상이든 동떨어진 사적 세계로의 마술적 도피를 허락한다.”

    _베르너 무엔스터버거(정신분석가·미술사학자),《수집: 제어하기 어려운 열정》



    수집하는 이유를 자신에게 캐묻는 과정에서 저자는 관련 책들과 일화들을 찾아 탐독하고 그럴듯한 답을 얻어내고자 애쓰는데, 그 자신 열정적인 골동품 수집가였던 프로이트의 이론이나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 근거하여 자가 정신분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이야기 자체를 뛰어넘어 살아남듯이, 수집가는 죽더라도 그가 남긴 수집품은 영속하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의 수집 행태는 성인이 되어서는 좀 더 본격적인 양상을 띠어, 그가 먹은 모든 식료품의 라벨, 시리얼 상자가 대표적인 수집품 목록에 오르고 유효 기간이 지난 신용카드나 도서 대출 카드, 비행기에 비치된 멀미용 봉투 등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우표를 붙일 위치를 표시하는 작은 사각형의 이미지들을 모은 ‘우표 부착 표시 컬렉션’, 편지글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는 속지들을 모은 ‘우편봉투 속지 컬렉션’,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시작했다는, 사전에서 어휘



    설명을 위한 삽화를 오려내어 모은 ‘사전 삽화 컬렉션’ 등은 저자 내면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독특한 수집품들이다. 유부남이던 저자가 열여섯 살 어린 박사 과정 여학생과 시작한 로맨스는 삶에 활력을 되찾아주었지만 이로 인한 아내와의 불화와 이혼으로 두 딸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의식은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는데, 당시 어린 두 딸이 흘리던 눈물과 연결 지어 자신의 ‘생수 브랜드 라벨 컬렉션’을 언급하기도 한다.

    저자는 연하의 애인과도 결별하면서 극심한 중년의 위기를 겪던 시기(2001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듬해 그간 모은 시리얼 박스를 모두 꺼내 강당 바닥에 초대형 퀼트처럼 펼쳐놓는 작업을 두 딸과 함께 진행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두 눈을 사로잡는 그래픽의 찬란한 태피스트리”에 경탄했고 저자는 “컬렉션이라는 방식에 의해 특별하고 맛깔스럽고 훈훈하게 세상과 연결된” 자신을 딸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해한다. 시리얼 상자 컬렉션이 환영받는 유산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이 책 집필을 마칠 무렵에 쉰 번째 생일을 맞이한 저자는 웬디라는 여성과 재혼할 예정이다. 글을 씀으로써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던 저자는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비로소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소회를 밝히며 이렇게 끝맺는다. “나는 필시 수집을 계속할 것이다. 습관과 본능과 반사 작용과 죽음에 대한 일종의 공포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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