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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날씨의 맛

날씨의 맛
  • 저자알랭 코르뱅 외
  • 출판사책세상
  • 출판년2018-08-30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9-2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PC는 추후 지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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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

    날씨를 느끼는 사람들의 감수성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기쁨, 슬픔, 즐거움, 혐오, 우울, 공포, 불안, 권태…

    날씨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의 변천사를 읽는다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면서 매일매일 신경 쓰고 확인해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일기예보다. 우리는 보통 외출하기 전에, 일기예보에서 예측한 날씨를 염두에 두고 옷을 껴입을지 가볍게 입을지 우산을 가져갈지 말지 결정을 내린다. 맑은 날씨가 예고되면 안심하고 야외 활동에 나서는 반면, 몹시 궂은 날씨가 예고되면 아예 외출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기예보가 일러준 날씨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에는 본래 생각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원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기치 않은 가뭄과 우박으로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때론 생존마저 위협받았던 농경사회 시절보다야 날씨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폭염과 혹한, 폭우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했다 해도 날씨는 하늘의 소관이고 신의 뜻이란 인식이 남아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날씨가 우리의 몸과 정신에, 사회와 문화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날씨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감각과 감수성은 과거와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졌을까?

    날씨를 예측하고 그 여파를 분석하며 날씨로 인해 형성된 집단적 행동 양식과 의식을 연구하는 학문인 기상학은 서양에서 17세기경부터 발전해왔고 이제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날씨를 사람들이 어떻게 지각해왔는가, 비와 눈을 맞으며 안개와 뇌우를 목도하며 개개인이 어떤 감정을 느껴왔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감각과 감수성을 연구해온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을 필두로 지리학·기상학·사회학·문학 등의 전문가 열 명이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발자취를 뒤따랐다. 인간이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자연 현상으로, 우울함, 충만함, 기쁨, 공포, 불안 등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날씨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의 변천사라 할 만하다. 그간 날씨라는 소재를 주로 자연과학의 측면에서 다뤄온 것과 달리,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날씨 관련 묘사를 분석하고, 예술사와 사회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안개, 바람 등을 느끼는 감각의 변화를 짚어냄으로써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우리 감수성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발견하게 한다.



    날씨를 느끼는 감수성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

    ―날씨 전문가 10인이 모여서 만든 공동 저작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 그리고 기상 자체와 일기예보를 다룬 일곱 개의 장을 각각의 기상 현상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집필한 만큼 풍부한 전문 지식을 담은 이 책은 날씨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과 다채로운 개성이 두드러져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바람’을 다룬 3장은 프랑스 각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중심으로 바람이 묘사되는 다양한 양상을 분석했고, ‘안개’를 다룬 5장과 ‘일기예보’를 다룬 7장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한 인터뷰를 활용했다. ‘눈’과 ‘뇌우’를 다룬 4장과 6장에서는 눈이 내리거나 쌓인 풍경, 뇌우가 쏟아지는 광경이 등장하는 미술 작품을 다수 소개하여 날씨를 표현하는 기법이 어떻게 변화했고 이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무엇인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시, 소설, 수필 등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날씨 관련 묘사를 찾아내어 분석하는 한편, 사상가 및 학자의 저작에 나오는 날씨 이야기도 언급하며 논지를 전개해나간다. 18∼20세기 프랑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의 사례도 두루 다룬다. 헤시오도스, 베르길리우스, 모파상, 졸라, 도데, 위고, 발자크, 스탕달, 베를렌, 보들레르, 소로, 휘트먼 등의 문학가,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버크, 칸트, 바르트, 바슐라르, 뒤랑, 에코 등의 사상가 및 학자의 저작에 나오는 날씨 관련 이야기가 언급되고, 루이 필리프 1세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의 일화도 예시된다. 날씨 관련 데이터와 신문 및 잡지 기사도 인용하는 등 근거로 삼는 자료들의 범위가 폭넓다.

    또한 브뤼헐, 카유보트, 모네, 호퍼 등 유명 화가의 그림, 안개가 끼거나 번개가 치고 눈이 쌓인 프랑스 각 지역을 기록한 사진, 해수욕장 개장을 알리거나 햇빛을 막는 의복을 선전한 백화점의 광고 포스터, 기상 관련 사항을 표시한 지도 등등 시각 자료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시대 상황에 따라 날씨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극적인 변화를 겪었는지를 보여주면서 날씨를 느끼는 개인적이고도 집단적인 감수성은 우리를 이루는 소중한 자산임을 일깨워준다.



    “날씨만큼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없다”(롤랑 바르트)

    ―날씨를 느끼는 감각과 감정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



    도시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네

    가슴을 파고드는

    이 울적함은 무엇일까?

    -폴 베를렌, 〈도시에 비가 내리듯〉 중에서



    나는 예컨대 소나기가 내릴 때, 이끼가 내려앉은 오래된 담장 위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볼 때, 바람이 비의 미세한 떨림과 뒤섞여 윙윙대는 소리를 들을 때 기쁨을 맛본다. 밤에 들리는 이 쓸쓸한 소리들은 나를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게 한다.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자연에 관한 연구》 중에서



    위 글에서 보듯, 비 내리는 날씨 때문에 울적해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빗소리가 빚어내는 감미로움에 기쁨을 느끼는 이도 있다. 한편, 17세기 서간문 작가 드 세비녜 부인은 비를 맞으며 달리면서 당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법도를 뒤흔드는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비는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시민왕’을 자처한 루이 필리프 1세는 1831년 메츠를 방문했을 때, 도열한 병사들이 비를 맞고 있자 망토 쓰는 것을 거절하고 함께 비를 맞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로써 “모든 프랑스 국민이 비 앞에, 즉 자연의 법칙 앞에 평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비를 인기 전략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1장에서는 비 내리는 날씨에 대한 반응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점을, 비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상징적 의미를 띠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햇빛에 대한 평가가 1750년에서 1960년까지 약 200년 동안 완전히 전복되어 경계의 대상에서 찬양의 대상으로 바뀌기까지의 극적인 변화를 되짚어본다. 18세기까지도 햇볕을 지나치게 쬐면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재난은 태양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병을 치유하기 위해 햇볕을 쬐는 것이 권고되는 등 햇빛의 살균 효과 같은 긍정적인 면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화력과 치유력을 지닌 햇빛은 아이 성장에도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일광욕과 산책 열풍을 대대적으로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햇빛은 생명력, 욕망, 건강, 웰빙의 상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 세탁기, 세제 등의 광고 이미지에 등장하게 된다.

    3장은 프랑스 각 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고 지칭하는 용어와 표현도 가지각색인 바람을 다룬다. 프랑스의 지방 설화에 등장하는 바람 묘사를 인용하면서 파괴적인 면과 유익한 면을 동시에 지닌 바람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한다.

    4장은 맛보고, 밟고, 만지고, 보고, 그 속에 파묻히는 등, 우리의 오감을 통해 정의 내릴 수밖에 없는 기상 현상인 눈에 대한 감각이 변천해온 역사를 살펴본다. 눈은 고대 로마 시대에 포도주나 우유 같은 음료를 차게 식히는 데 활용되었고, 이 전통은 계속되어 눈의 집하와 운반이 이루어졌으며 관련 기록과 유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편, 과학자들은 눈의 결정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관심을 기울였고, 피터르 브뤼헐을 비롯한 화가들은 눈이 등장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직접 밟고 접촉하는 눈은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해서 19세기 말부터 스키를 위시한 동계 스포츠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스키장이 설치되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5장에서는 신비롭고 예측할 수 없으므로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만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여 창의력의 근원이 되기도 하는 안개를 다룬다. 때로는 불길하고 해로운 것으로, 때로는 마녀나 유령과 결부된 것으로 인식되는 등 수많은 속설을 지닌 안개는 그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효과로 말미암아 화가, 사진가, 설치미술가 등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작품을 창조하는 데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6장에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우리를 크게 놀라게 하는 뇌우와 폭풍우, 태풍에 대해 살펴본다. 뇌우는 ‘신의 분노’ 표출로 여겨져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계몽주의 시대에 얼마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시도되었다. 독일 낭만주의의 ‘질풍노도Sturm und Drang’(Sturm은 ‘폭풍우’를 뜻한다) 운동이란 명칭에서도 보듯 뇌우와 폭풍우는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미학의 대상이 되었고,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사회적·정치적 격변의 은유로 즐겨 쓰이기도 했다.

    7장은 오늘날의 기상 인식, 사람들이 일기예보에 보내는 열광과 근심을 살펴본다. 기상학의 발전으로 날씨가 우리 생활에 주는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으로 날씨와 일기예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여가와 휴가가 늘어나면서 기상 정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현재의 세태,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시차 증후군jet lag 등의 질환이 유행처럼 미디어에 오르내림에 따라 생겨난 치료법들을 논하는 등 기상 문화에 대한 현대의 사회학적·심리학적 연구 자료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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