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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마취의 시대

마취의 시대
  • 저자로랑 드 쉬테르
  • 출판사루아크
  • 출판년2019-02-26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11-15)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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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취제는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19세기 중반 마취제의 발명, 나치의 코카인 사용,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개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셋 다 현대를 정의하는 똑같은 논리, 곧 ‘마취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수면제에서부터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약물을 통한 육체와 감정 조절의 역사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런 약물이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마취의 역사는 통제의 역사다!



    마취제의 발명은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신일 것이다. 마취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통증은 어떤 의사도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수술대에 누워 그 시간을 고문처럼 여기는 사람의 비명과 몸부림은 아마도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취제의 발명은 그런 근심거리를 없애주었고, 이후 의사들은 평온한 수술실에서 환자의 정신(혹은 신체) 상태 때문에 방해받는 일 없이 자신의 기술을 펼칠 수 있었다. 이후 마취제는 의사와 화학자들의 노력 속에서 진화를 거듭했고,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이 책 《마취의 시대》는 1846년 의사이자 화학자인 찰스 토머스 잭슨(Charles Thomas Jackson)과 치과의사인 윌리엄 그린 모턴(William Green Morton)이 미국 특허청에 마취제의 발명 특허를 신청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철학자이자 법이론가인 지은이 로랑 드 쉬테르는 이로써 ‘마취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마취제 발명 일화로 운을 떼지만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취제 발명과 개발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체적인 마취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마취, 더 나아가 흥분하기 좋아하는 ‘군중’을 잠재우는 정치적 의미의 ‘마취’까지 이야기는 확장된다.

    지은이는 먼저 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약물로 등장한 클로랄 하이드레이트(chloral hydrate)와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의 발견과 사용에 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마취의 개념은 일종의 ‘분리’다. 곧 조증이나 울증 증상의 치유라기보다는 조증과 울증을 일으키는 ‘요인’을 무감각해지게 함으로써 환자들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모순이 따르는데,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 일부를 도려냄으로써 정상이 아닌 그들을 ‘정상’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 환자들을 두고 결코 증세가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공허한 존재가 됨으로써 사회가 안정을 얻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야기는 국소 마취제 코카인으로 옮겨간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 코카인 연구에 참여했던 인물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라는 점이다. 코카인 성분이 국소 마취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의학계는 또다른 축복을 누리는데, 거기에 더해 코카인의 새로운 가능성이 드러난다. 곧 부작용이 없는 훌륭한 각성제로도 기능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코카인은 신경성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억제제 형태로 작용해 우울한 요소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들어주었다. 다시 말해 코카인은 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신경에 대해서도 마취제로 기능했고, 따라서 정신을 떠받치는 신경계를 무의식 상태에 빠뜨릴 수 있었다. 결국 코카인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각성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이후 산업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진화했다. 지은이는 수백만 항우울제 소비자에게 매일 시행되는 마취(감각의 제거)에서 치료제를 자처하는 코카인은 단지 우울증의 조증적 이면을 드러낼 뿐이며 여기서 말하는 치료는 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불면증은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한 병 가운데 하나였는데, 클로랄 하이드레이트의 또다른 효능이 알려지면서 불면증 치료의 새 지평이 열린다.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는 양극성장애에서 조증을 잠재우는 물질이지만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약이었다. 그러나 이는 밤을 통제하려는 정치권력(혁명이 모의될 수도 있으니)에게 혹은 적절한 수면을 통해 노동자가 다음 날 왕성한 노동력을 발휘하기 원하는 고용주에게도 꼭 필요한 약이었다. 지은이는 앞으로 세계는 불면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넘어섬으로써 노동시간을 더 늘릴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먹는 약, 곧 피임약 개발에 관한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피임약은 이른바 신체의 기능을 일부러 고장 내 임신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리인데, 지은이는 이 원리가 항우울제의 작용 방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화학전달물질을 통해 뇌의 감각을 조정해 정신질환자들이 마치 ‘잘 지내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말이다. 지은이는 피임약의 작용 방식에는 기능장애를 통해 인간을 기능적으로 만드는 이상한 모순이 잠재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곧 여성이 아이를 자주 낳아 노동시장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은이는 군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치가 그 안에 잠재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흥분’을 어떻게 잠재우려 했는지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사회심리학자들은 군중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군중을 조증과 울증의 극단을 오가는 불안정한 집단으로 바라보았다. 지은이는 스키피오 시겔레(Scipio Sighele),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가브리엘 타르드(Gabriel Tarde) 같은 학자들의 이론과 생각을 통해 부정적 의미의 ‘군중’(crowd)과 긍정적 의미의 ‘공중’(public)에 관한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지은이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광기와 인간 고유의 존재를 ‘마취’라는 개념을 통해 차단하려는 이 시대를 마취의 시대, 곧 ‘나르코자본주의’ 시대라 일컫는다(이 책의 원제는 “Narcocapitalism”이다. 여기서 접두사 ‘narco-’는 마비, 마취, 최면, 마약 등을 뜻한다. 다시 말해 ‘나르코자본주의[Narcocapitalism]’는 마취?마비된 자본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울러 물질 덩어리를 뜻하는 단어와 대중을 가리키는 단어가 모두 ‘mass’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면서, 개인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가 제거된 채 인간이 기능적인 물질 덩어리로 취급받고 있는 현 상황을 독특한 어조로 비판한다. 그러면서 집단이나 개인이 인간 고유의 본질, 곧 긍정적인 광기와 흥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회로 나아가가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현대 정신약리학의 짧은 역사이자, 우리 사회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어떻게 마취되어가는지를 다룬 현대 정치이론이며, 존재론적 차원의 우울증을 철학적으로 탐색한 인문서다. 지은이 로랑 드 쉬테르가 색다른 지적 모험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846년 11월 12일, 의사이자 화학자인 찰스 토머스 잭슨과 치과의사 윌리엄 그린 모턴은 보스턴에서 미국 특허청에 발명 특허를 신청했다. 특허번호는 US4848이었는데, 증서에 기재된 바에 따르면 ‘외과 수술의 개선’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개선’은 수술 환자에게 에테르 증기를 흡입시키는 형태의 새로운 기술을 의미한다. 신경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에테르의 성질을 이용해 환자가 고통 없이 수술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잭슨과 모턴도 인정했듯이 그 같은 종류의 물질이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사용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에게 직접 흡입하게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의료행위였고, 두 사람이 해당 기술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주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_7-8쪽(들어가는 말)



    1831년에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처음 합성해낸 클로랄 하이드레이트(간단히 ‘클로랄’로도 부르지만 정확히 하자면 잘못된 명칭이다)는 약사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여러 놀라운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1869년부터 공식적으로 관찰된 속성은 특히 정신의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취제와 진정제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효능, 예를 들어 불면증 치료에 쓸 수 있는 효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분’이 주요 증상인 환자들이 누워 있는 80개 병상을 관리해야 하는 정신병원 책임자에게 그 같은 물질은 ‘고객 관리’ 측면에서 흥미롭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동안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는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을 잘 안 듣는 환자를 다룰 때, 완곡하게 표현해서 ‘정신운동성 초조psychomotor agitation’를 보이는 환자를 상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수단 중 하나였다.

    _22쪽(1장 약물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메르크에서 시작해 마리아니와 그 아류들을 지나 코카콜라에 이르기까지, 산업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코카인은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고 알려진 것과 비슷한 역할을 산업적으로도 수행했다. 강력한 ‘활력소’ 역할 말이다. 현대 의약품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코카인(그리고 같은 계통의 제품들) 덕분이었으며, 신경쇠약을 상대로 한 시장이 시시한 돌팔이 약장수는 발도 못 붙이는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히 그 같은 발전은 드러내기 곤란한 음지에서의 활동이 동반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코카인은 현대 자본주의가 부패 혐의에 가장 많이 연루되는 지점, 곧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항상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넓게는 20세기 전쟁사에서) 수행한 기능이 문제든, 아니면 평상시에 약전에 다른 이름으로 숨겨져 있는 방식이 문제든 간에, 현대사회의 이면은 마약성 물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_49-50쪽(2장 무한 나르코자본주의)



    19세기 말, 클로랄 하이드레이트의 성공은 밤을 힘의 회복을 위한 시간으로 보는 경찰적 사고에 따른 것이자, 좋은 노동자와 나쁜 노동자를 구분하는 도덕적 기준에 따른 견해의 성공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같은 견해는 당연히 반대 의견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야간 치안과 공공 조명의 동시적 발명 덕에 사람들은 밤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886년, 뉴욕에서 최초의 현대식 나이트클럽 웹스터홀이 개장한 일은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전기 조명과 자동 피아노의 시대를 맞아 ‘파티’가 재발견되었던 것이다. 구식 주점들이 밤을 상대로 여느 가정집과 별로 다를 게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나이트클럽은 어떤 순간에도 후퇴할 필요 없이 어둠을 가로지르는 등대 불빛 같은 것이 되고자 했다. 달리 말하면, 나이트클럽의 출현은 경찰의 통제를 벗어나 밤을 점유할 수 있는 방법의 출현을 의미했다.

    _69-70쪽(3장 끝이 없는 하루)



    호르몬은 용어의 그리스어 어원이 암시하듯, 어떤 장기를 ‘활성화하거나 흥분시켜서’ 그 장기의 활동이나 성장이 체내 다른 곳에 위치한 장기와 조화를 이루게 해주는 물질임을 강조한 것이다. 1923년부터 그 호르몬 작용이 기술된 프로게스테론의 경우, 난소가 나머지 생식기관을 활성화해서 정상적으로 임신할 수 있게 해주고 성적 충동도 불러일으켜주는 물질이었다. 따라서 핀커스의 약이 그런 것처럼 프로게스테론에 손을 대는 것은 인체 장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에 손을 대서 그 조화를 다른 목적을 위해(더 정확하게는 아무 목적 없이) ‘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요컨대 피임약은 여성의 생식기관에 혼란을 야기하는 장치였다.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기능이 잘 되는 곳에 기능장애가 생기도록 만들고, 활성화되는 곳에 비활성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실제로 피임약은 난소와 자궁의 비활성화 및 부조화와 함께 흥분성이 전반적으로 제거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같은 ‘탈흥분화’는 많은 사용자에게서 모든 성적 욕구가 붕괴되는 형태로 나타났다.

    _88-89쪽(4장 약을 삼키면서)



    모든 군중은 확장되려는 경향이 있다. 모든 군중은 자신에게 주어진 경계에서 벗어나려 하고, 소멸을 무릅쓰고 점점 더 많은 개인을 포함시키려 든다. 흥분은 이러한 포섭을 가능하게 하는 감염의 원리에 붙여진 이름이다. 타르드는 이 원리를 ‘공중’에만, 다시 말해 그가 군중의 신분에서 풀어준 종류의 군중에만 관계된 것으로 보았지만 사실은 모든 형태의 군중이 그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공중과 군중을 구별한 이들 모두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흥분의 정치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흥분을 멈추게 하려는 모든 시도는 정치를 멈추게 하려는 시도, 개인의 존재를 시험대에 올리는 수단으로서의 정치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려는 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_133쪽(5장 과흥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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