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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을들의 당나귀 귀

을들의 당나귀 귀
  • 저자손희정, 최지은, 허윤, 심혜경, 오수경, 오혜진, 김주희, 조혜영, 최태섭, 한국여성노동자회
  • 출판사후마니타스
  • 출판년2019-08-2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11-15)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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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노)의 임윤옥, 김지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 손희정이 여러 대중문화 연구자들을 만나 대담한 동명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TV 예능, 드라마, 케이팝, 영화, 소설,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다종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최근 우리의 ‘귀’를 쫑긋거리게 한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 ‘성평등’ 이슈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캐낸다.



    책 『을들의 당나귀 귀』는 2016, 2017년 두 해 동안 시즌2, 3에서 방송된 ‘대중문화와 젠더’(20여 편, 35여 회차) 편에서 가려 뽑은 내용을 단행본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게스트였던 최지은, 허윤, 심혜경, 오수경, 오혜진, 김주희, 조혜영, 최태섭이 책의 저자로 참여해, 방송에서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다듬었다. 각 글의 맨 뒤에는 최근의 경향을 덧붙여, 주제별, 분야별로 하나의 이슈가 드러내는 징후와 그 맥락이 어떻게 유지되고 확장되는지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들 페미니스트 활동가, 문화비평가, 대중문화 연구자들의 유쾌하면서도 핵심을 짚는 메시지는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대중문화 텍스트들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읽어 낼 수 있는 명쾌한 언어와 날카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이 여정은 답답하고 가려운 곳을 적확히 긁어 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약동하는 페미니즘 서사와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성애-결혼-출산-양육의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방송 프로그램, 엄마와 딸, 아내, 연애 상대 말고는 ‘주체’로서 상상되지 못하는 빈약한 여성 캐릭터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여성 혐오’ 텍스트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즐겁게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이 유례없이 득세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

    여성의 삶은 얼마나 나아지고 있을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실사 한국영화 39편 가운데, ‘벡델테스트’(영화 속 젠더 편향성을 가늠하는 3가지 질문의 시험)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이고, 영화 홍보 포스터에 여성 등장인물이 아예 나오지 않은 영화가 20편이다. 미국에서는 캐릭터의 성별, 성정체성, 인종 등을 다양화하고 이들에게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려는 히어로 코믹스와 히어로 무비의 흐름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여성 작가나 제작자에게 성폭력을 포함한 사이버 불링(온라인 공간에서 이메일이나 휴대폰, SNS 등을 활용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을 저지르는, 남성 ‘팬’들이 나타났다. 지난 달, 한 정당이 개최한 20대 남성 간담회에서는 “결혼이라는 생애사적 이유로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의 경력단절이 왜 성차별 문제인가” “어른들이 잘못한 가부장제의 악습을 20대인 우리가 왜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발언이 나왔고, 한 일간지의 20대 남성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차별받았다. 초등학교 때 우유 당번 등 궂은일은 남자가 많이 했다”라는 말이 나와 많은 대중 여성의 공분을 샀다. 한편, 최근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서?에 포함된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권고안(가이드라인)에 대해 한 남성 정치인은 군사독재 시절의 ‘검열’에 빗대며, “아이돌이 번 외화로 세금을 받아먹은 여가부가 국위선양 하는 아이돌을 죽이겠다는 발상을 했다”며 거세게 비난했고,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 청원이 일어나기도 했다.



    『을들의 당나귀 귀』는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노)의 임윤옥, 김지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 손희정이 여러 대중문화 연구자들을 만나 대담한 동명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은 TV 예능, 드라마, 케이팝, 영화, 소설,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종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최근 우리의 ‘귀’를 쫑긋거리게 한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 ‘성평등’ 이슈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캐낸다.



    남녀 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

    여성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기준임금이 된 최저임금,

    경력단절, 독박 가사·육아…….



    30년 역사의 여성 단체와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의 만남,

    여성 노동운동이 팟캐스트가,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1987년 창립한 한국여노는 가정과 일터, 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노동에서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매년 3000여 건의 노동 상담과 여성 노동 관련법 제정·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여노가 기획해 2015년 4월, 처음 방송한 팟캐스트 [을들의 당나귀 귀]는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말하는 방송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2016년 시즌2부터는 ‘성평등 노동’ 편과 ‘대중문화와 젠더’ 편으로 나눠 제작해 왔고, 2018년까지 시즌1~4, 총 101차가 방송되었다. 곧 시즌5가 시작된다.



    책 『을들의 당나귀 귀』는 2016, 2017년 두 해 동안 시즌2, 3에서 방송된 ‘대중문화와 젠더’(20여 편, 35여 회차) 편에서 가려 뽑은 내용을 단행본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게스트였던 최지은, 허윤, 심혜경, 오수경, 오혜진, 김주희, 조혜영, 최태섭이 책의 저자로 참여해, 방송에서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다듬었다. 각 글의 맨 뒤에는 최근의 경향을 덧붙여, 주제별, 분야별로 하나의 이슈가 드러내는 징후와 그 맥락이 어떻게 유지되고 확장되는지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들 페미니스트 활동가, 문화비평가, 대중문화 연구자들의 유쾌하면서도 핵심을 짚는 메시지는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대중문화 텍스트들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읽어 낼 수 있는 명쾌한 언어와 날카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이 여정은 답답하고 가려운 곳을 적확히 긁어 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약동하는 페미니즘 서사와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성애-결혼-출산-양육의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방송 프로그램, 엄마와 딸, 아내, 연애 상대 말고는 ‘주체’로서 상상되지 못하는 빈약한 여성 캐릭터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여성 혐오’ 텍스트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즐겁게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들만 넘쳐 나던 세계를 평정한 ‘김숙’이라는 현상

    예능 판에 대한 가능한 상상들



    송은이 씨가 [택시]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숙이랑 나는 애하고 시어머니가 없어서 방송을 못한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30, 40대 여성 연예인들이 살림, 육아, 결혼을 둘러싼 갈등, ‘시월드’ 이야기, 이런 걸 풀어놓지 않으면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거예요.

    _24쪽, “한남 엔터테인먼트”, 최지은의 말



    2018년 ‘미투’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되면서, [아빠를 부탁해]의 ‘딸바보’ 아빠들이 차례로 고발되었다. 이들은 가르치던 제자, 함께 공연한 배우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바보’ 가부장의 이미지가 여성을 소유하고 교환하는 구조의 알리바이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여전히 가족 예능 프로그램의 아버지들은 딸을 “내 진짜 애인”이라거나 “시집보내기 아깝다”고 말하며, 딸의 섹슈얼리티를 소유하려 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간판 ‘딸바보’는 축구 선수로 바뀌었지만, ‘공주님처럼 예쁜 딸’과 보호자 아버지의 구도는 변함없이 반복된다. 아버지들은 5살 남자 아이에게도 ‘예쁜 여자는 친구와 경쟁해서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예쁜 여자아이를 두고 경쟁하는 ‘오빠들’의 삼각 구도는 대물림되며 강화된다. 결국 가족 예능에서 ‘딸’은 독립된 주체로 상상되지 못하며, 인간이라기보다 그저 ‘여자’로만 남게 된다.

    _107쪽, “‘딸바보’ 시대의 여성 혐오”, 허윤의 말



    한국의 예능 판은 남성 중심적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지은은 이를 “한남 엔터테인먼트” “아재 엔터테인먼트”라고 명명하면서, 여성 예능인에게는 잣대가 가혹하고 기회조차 드물지만, 남성 예능인에게는 관대하고 기회가 많은 남성 중심적인 예능 산업을 분석한다. 또 그 기회를 누린 남성 예능인이 영향력 있는 중년으로 성장하면서 그들 라인을 중심으로 판이 짜이고, 이것이 ‘아재’ 문화와 ‘가부장’ 서사의 주류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적한다.



    문학연구자인 허윤은 그중 가족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나타난 ‘딸바보 아버지’ 서사에 집중한다. 영유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딸을 둔 아버지들이 하나같이 딸바보 이미지를 방송 자산으로 가져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이면의 여성 혐오를 드러내고, 급기야 ‘#미투’ 운동의 가해자 목록에 자기 이름을 올리게 되는지를 따라간다.

    영화연구자 심혜경은 ‘갓숙’ ‘가모장’ ‘숙크러시’ ‘퓨리오숙’ 등, 단기간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팬덤을 형성한 코미디언 김숙을 하나의 ‘현상’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남성 중심의 예능 판을 뛰어넘기 위해 김숙과 송은이가 시작한 ‘비보TV’의 성공과 그 활약상을 조명한다.



    걸그룹, 혁명가, 공장노동자, 성매매 여성…….

    여성의 노동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실제로 당대 여성들은 남성 사회주의자와의 결혼을 통해 운동 지형 내에서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하려 했거든요. 오히려 ‘진짜’ 혁명가인지 아니면 단지 ‘아지트키퍼’에 불과한지를 끊임없이 구분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여성 혁명가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여기에는 ‘여성은 정치적 이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이 전제돼 있어요. 예컨대 가수 이효리 씨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자, 혹자들은 김제동, 주진우랑 친하게 지내다가 저렇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했잖아요. 그런 의심은 남성 혁명가들에게는 제기되지 않죠. 식민지 시기의 저명한 남성 문학비평가 김기진은 잡지 『신여성』 1924년 11월호에 이렇게 썼어요. “대체로 여자라는 것은 국수주의자에게로 가면 국수주의자가 되고 공산주의자에게 가면 공산주의자가 되는 모양”이라고요. 그런데 최근 페미니스트 연구자 장영은은 김기진의 그 말을 이렇게 바꿔 써야 한다고 주장했죠. “여성은 민족주의자라서 민족주의자에게로 가고 사회주의자라서 사회주의자에게 간다.”

    _212쪽, “화려하고 불온한 성채, 여성 혁명가와 여공 문학”, 오혜진의 말



    지금 한국의 성노동 담론은 주로 자유주의적인 입장에 의해 견인되는 것 같아요. 성매매를 둘러싼 낙인이나 성 보수주의적인 위선을 제거하면, 다시 말해 개인적 성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면, 성판매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죠. 하지만 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는 개인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통치술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섹슈얼리티의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는 것이 평등한 성적 거래로 이어진다는 것은 환상이죠. 저는 여성에 대한 낙인과 혐오가 에로틱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성 시장의 전제 조건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을 끊임없이 성매매 산업으로 진입시키는 하부의 구조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가난하게 만들고, 그 가난의 완충지대에 성매매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 더 큰 문제겠지요. 이 부분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_248쪽, “신용사회와 금융, 그리고 성매매”, 김주희의 말



    케이팝 문화에서 아이돌, 특히 걸그룹은 혹독한 다이어트로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맛있게, 예쁘게 잘 먹는’ 모습을 연출해야 하고, 빗속 야외무대에서 7번을 넘어지더라도 8번 다시 일어나 춤추는 근성을 보여야 하고, 수시로 일어나는 남성 팬의 불법 촬영과 성추행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며, 『82년생 김지영』을 읽거나 페미니스트로 감별(?)될 만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되는 한편, 부족하지 않은 역사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지은은 팬 사인회에서 일어난 불법 촬영에 침착하게 대처했던 ‘여자친구’의 예린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 “이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사각지대를 용인하기는 싫어요”를 인용하며, 걸그룹이라는 직업 때문에 무엇이든 감내하며 웃어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 덕후이자 칼럼니스트 오수경은 드라마 속에서 여성 노동자가 ‘잠재적 연애 대상’ ‘워킹맘’ ‘사회성이 부족한 센캐’의 세 가지 부류로 그려지는 경향을 짚으면서, 새로운 여성 서사의 가능성으로 ‘성취감과 자부심이 강한 여성’ ‘욕망에 충실한 여성’ ‘연애하지 않고 일을 하는 여성’ ‘N포 세대를 잘 대변하는 여성’ 캐릭터의 출현을 꼽는다.



    문화연구자 오혜진은 조선희의 소설 『세 여자』와 루스 배러클러프의 교양학술서 『여공 문학』을 통해, ‘여성 혁명가’와 ‘여성 공장노동자’라는 역사적 형상을 다루는, 여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 쓰기를 살핀다. 오혜진은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에 대해 ‘아지트 키퍼’에 불과하다고 평하거나 남성을 통해서만 혁명 활동이 가능했다고 심문하는 것을 거듭 경계하며, 어떤 것이든 그것이 여성 혁명가에게 무장투쟁만큼이나 치열한 정치적 선택이자 투쟁 전략, 존재 방식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성학연구자 김주희는 금융화된 신용사회가 성매매 산업과 만나면서 어떻게 여성의 몸을 자원 삼아 그 몸집을 불려 왔는지를 설명한다. 업주가 성형외과, 대부업체와 결탁해 수수료를 받고 여성을 소개해 주고, 어느 지역 어느 업소에서 일한다는 것이 여성의 대출 신용도가 되며, 여성은 불어나는 빚을 빨리 갚겠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자기 투자를 감행하고, 업주 또한 이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였다는 것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진 결정적 계기는 끊임없이 일어난 성매매 집결지 화재였지만, 불과 몇 달 전, 또 한 번의 화재 사고로 서울 시내의 집결지에 있던 여성들이 죽었다.



    원더우먼의 모델이 에멀린 팽크허스트?

    “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원작자 윌리엄 마스턴은 원래 여성 참정권론자였어요. 그래서 원더우먼 캐릭터를 만들 때, 영국의 서프러제트를 이끌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원더우먼은 페미니스트 캐릭터였던 셈이에요. (…) 이 마스턴이라는 사람이 좀 독특한데요. 그중 하나가 부인이 두 명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또 보통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첫째 부인은 엘리자베스 마스턴이라고, 유명한 페미니스트였죠. 윌리엄과 엘리자베스는 부부이자 페미니스트 동료였고, 함께 참정권 운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도 함께 창조했어요. 거짓말탐지기도 공동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리고 이후에 만난 올리브 번이라는 젊은 여성 역시 대단한 집안사람이었어요. 올리브의 어머니는 언니인 마거릿 생어와 함께 임신중지권과 피임권 초창기 운동의 대표적 운동가였던 에델 번이었어요.

    _281, 283쪽, “원더우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기획된 슈퍼히어로”, 조혜영의 말



    한국에서도 여성 게이머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 있었어요. ‘게구리’라는 프로 게이머가 있었는데요. [오버워치]를 하는 10대 여성이에요. 근데 이 여성이 한 게임에서 승리를 하자, 상대 팀이 문제 제기를 해요.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겼다는 거죠. 말하자면 편법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해서 이겼다는 거였어요. (…) 그래서 [오버위치] 제작사인 블리자드에서 조사에 들어갔고요. 거기서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또 상대방 남성 게이머들이 “칼을 들고 찾아가겠다” “쟤가 해킹을 안 했으면 내가 은퇴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 그러니까 남초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또 온갖 성희롱, 성폭력 발언이 난무했죠. 결국 게구리가 “그렇게 못 믿겠으면 내가 보여 주겠다”면서 게임을 생방송으로 플레이하면서 실력을 인증했죠. 그런데 또 엄청 잘한 거예요. 이런 사건들은 게임계에 만연한 여성 차별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 주는 것 같아요.

    _354쪽, “게임, 포르노, 인터넷 커뮤니티의 디지털 남성성”, 최태섭의 말



    1940년대에 윌리엄 마스턴에 의해 창조된 “원더우먼”은 본래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끌었던 에멀린 행크퍼스트를 모델 삼은 페미니즘의 아이콘이었지만, 마스턴의 사후인 1950년대에는 초능력을 다 잃고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안주하는 무력한 캐릭터로 변질되었다. 이후 1960년대 다시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여러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영웅 캐릭터를 돌려 달라고 항의하기에 이르렀고, 1970년대 린다 카터 주연의 드라마 가 흥행하면서 부활했다가, 1980년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로 다시 사라진다. 그리고 2017년 감독 교체 등의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 제작되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조혜영은 [원더우먼]에서 남자 주인공의 이른 죽음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빈번이 이뤄지는 여성 캐릭터의 ‘남자를 위한’ 죽음에 대한 러링으로 읽어 내며, 원더우먼이 자신의 능력을 부끄러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 여성 히어로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한국 영화계는 ‘2003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명감독들의 등장과 2007년 부성 멜로드라마의 경향 이래, 좀처럼 제대로 된 여성 서사 영화를 만나기 어려웠다. 조혜영과 손희정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를 중심으로, 그동안 한국영화에 어떤 여성 서사가 이어져 왔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지 논한다.



    문화비평가 최태섭은 게임, 포르노그래피,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타나는 디지털 남성성에 관해 전한다. 소비자들이 나서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티셔츠를 입은 여성 성우를 해고하게 했던 ‘넥슨 게이트’와 ‘메갈’ 작가를 검열한다며 진행된 웹툰의 ‘예스컷 운동’, 정의당 대거 탈당 사태와 『시사IN』 절독 사건 등, 대중에게 꽤나 익숙한 사례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생경한 에피소드까지, 풍부한 통계자료를 인용해 분석한다.



    성평등한 문화가 성평등한 세상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더 많은 말’들의 행진



    진지하지만 유쾌했던 탐사를 기꺼이 안내해 준 게스트들은 모두 한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부분을 다루는 협소한 이론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다르게, 혹은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하는 인식론이자 관점이며, 계속해서 훈련이 필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화자들이다. (…) 언제나 ‘더 많은 말’이 다른 세계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지난 3년간 차곡차곡 쌓아 온 말들 안에서 우리는 세계를 좀 더 명징하게, 그리고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고, 우리의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설쳐서”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언제나 세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본다. 2016년 [을당]에서 처음 ‘김숙’ 현상을 다룰 때만 해도 ‘비보TV’가 이렇게 성장하고,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여성 예능인이 연예대상의 2관왕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겠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여성 주체들이 함께 달려 왔다고 믿는다.

    _ 10, 11쪽, “프롤로그”, 손희정의 말



    영화 [캡틴 마블]은 개봉하기도 전에 페미니스트로 감별(?)된 주연 배우에 대한 반감이 퍼지면서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한국 성매매 집결지의 화재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또 한 번의 화재로 여성들이 사망했다. 최근 한국의 여성 임금은 OECD 최저 수준인 것으로 재확인되었고, 전 지구적인 ‘#페이미투’의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세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본다.” TV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또 “넷플릭스의 바다를 표류하며” 새로운 서사를 찾아 헤매는 독자들에게 『을들의 당나귀 귀』를 권한다. 이 책을 통해 “미디어와 대중문화, 여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제대로 보고 읽는 법’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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